[오여진의 ‘신경전(全)’] 서있는 자세를 못견디겠어요

지난번에 이어 어지러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앉아있다가 일어나거나 혹은 일어선 자세 유지 중에 여러 가지 견디기 어려운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을 기립성 ‘못’견딤증(orthostatic intolerance)이라고 한다. 단어에 그대로 나타나듯이 서있는 자세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 오여진 소중한메디케어 신경과 과장

현기증, 심계항진, 피곤함, 시야 흐림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의식을 잃기도 한다. 이런 증상의 발생 이유로 여러 원인들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나 결국 자율신경계 조절기능의 저하와 이로 인한 뇌혈류의 저하가 주요 기전으로 생각된다.

지난번 주제였던 기립성 저혈압도 이 기립성 못견딤증의 하나이다.

기립성 저혈압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몸의 반응도, 증상도 다르고 더 흔하다고 알려진 질환이 기립성 빈맥 증후군(postural tachycardia syndrome)이다.

기립성 저혈압은 일어난 후 혈압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기립성 빈맥 증후군은 혈압의 감소는 없으며, 맥박수가 누워 있을 때와 비교해 30회 이상 혹은 분당 맥박수 120회 이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기립성 저혈압과 비슷하게 어지럽지만 맥박수 증가로 인해 두근거림, 호흡곤란, 불안감 등을 더 잘 느낀다. 두 증상 모두 일어나 있을때 증상이 악화되고 누우면 호전된다.

기립성 빈맥 증후군은 15~50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의 여성에서, 주로 아침에 증상이 잘 발생한다.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주로 바이러스 감염 이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식사량을 줄이면 증상이 악화된다.

식사를 줄이며 체중감량을 하고 있는 여성이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다가 혹은 출근길에 지하철이나 버스에 오래 서있던 중에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 기립성 빈맥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불안감 때문에 가끔 공황 장애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자율신경계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치료는 기립성 저혈압과 유사하다. 충분한 수분섭취와 염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혈류가 하지로 저류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다리의 골격근 펌프를 강화시키는 운동, 즉 하체 근력운동을 주3회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복대나 다리의 압박스타킹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증상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약물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