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희의 건강한 호르몬] ‘위드 코로나’를 향하여

“새로 시작한 가게 문을 닫아서 스트레스가 많으니 혈당 조절이 잘 안되네요.”

“파산신청을 했어요. 약 값이 얼마 없으니, 약은 조금만 주세요.”

“우울하고, 피곤해요. 가끔 죽고 싶기도 해요.”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지 벌써 2년이 돼가고 있다. 오래도록 만나왔던 이웃 같던 환자들이 하나둘씩 눈시울을 붉힐 때, 마음 한 켠이 아파온다. 사회의 약한 고리들이 ‘전염병’에 하나둘씩 끊어지고 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안재희 혜민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코로나19와 그 변이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인류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공존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코로나 19와 행복하게 공존하는 ‘위드코로나’ 는 언제쯤 가능 할까?

인류의 역사에서 ‘전염병’은 항상 있어왔다.


6세기 중엽의 ‘역병’ 은 로마제국을 강타하여 인구의 40%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14세기의 흑사병으로 4~5년 동안 유럽인구의 1/3 정도가 사망했으며, 19세기의 최대 재앙인 콜레라 역시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조선 순조 시절 이후 수백년간 ‘괴질’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불과 10일 만에 1000여 명이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20세기의 전염병 ‘스페인 독감’ 은 조선 총인구의 44%(742만 명) 가 독감에 걸려 그 중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는 2000만 명, 많게는 1억 명이 이로 인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역사적으로 앞서 말한 질병들에 필적할 만한 특별한 질병과 함께하는 특별한 시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안타깝지만, 코로나19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상은 당분간은 힘들 가능성이 높다. ‘위드코로나’ 의 길을 이미 먼저 간 많은 나라들에서 생각보다 높은 사망률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위드코로나를 선포 했던 싱가포르도 얼마 전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스라엘과 미국 역시 치솟는 사망률로 다시금 방역의 고삐를 조이는 것을 우리는 이미 지켜 보았다. 갑자기 방역의 고삐를 풀었을 때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을 포기하지는 말자.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이 전염병에 대하여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기대보다 효과가 좋은 백신을 개발했으며, 빠른 속도로 보급하고 있다. 머크, 로슈, 화이자 등 의 기업들이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국제적 공조를 해나가고 있다. 인류가 ‘전염병’ 을 대상으로 이렇게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간 것은 인류의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인 것이다.

이전과 같은 일상을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다.


먼저 높은 수준의 백신 접종률이다. 다음으로 지금보다 빠른 실시간 진단을 통해 감염을 빠르게 차단해야 한다. 다행히 혈액 또는 침으로 1시간 내로 가능한 검사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검사의 정확도가 높게 보고 되고 있어서 실제 진료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으로 진단 시 빠르게 투여 가능하고 집에서도 투여 가능한 경구약제의 개발이다. 올해 연말에 나오는 임상결과들이 성공적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약제는 고위험 환자에서 의심 시 신속하게 투여할 수 있어야 하며, 혹은 예방적으로도 투여할 수 있으면 좋다.


마지막으로 급격히 나빠지는 코로나 19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빠른 중환자 호송 및 진료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요소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정부의 말처럼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중간 길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천년 역사 속에서 '전염병' 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희생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어두운 곳에 있는 이들이었다. 현재 우리 모두는 매우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그 어떤 세대보다 지혜롭게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대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인류의 눈물과 땀은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운 새 시대를 머지않아 열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지금까지 인류가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왔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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