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진의 ‘Eye 러브 유’] 눈 속에 노을이 지는 병을 아시나요?

안녕하세요, 눈 건강 주치의 김안과병원 정종진 입니다.


제목이 가을가을한 느낌이죠? 계절에 맞추어 질병을 소개해드리고자 생소하지만 누군가는 앓고 있을 수도 있는 질환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 정종진 김안과병원 교수

병의 말기가 되면 안저가 붉게 변하면서 노을이 지는 망막처럼 보이게 되는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 (VKH 증후군)병에 대해서 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Figure 1. 정상인과 VKH 증후군 환자의 안저 비교. 좌측의 안저 사진에서 맥락막 색소가 감소하면서 망막이 전반적으로 붉게 보이는 ‘저녁 노을 안저(Sunset glow fundus)’ 양상이 관찰된다.

1. VKH 증후군의 정의 및 발병원인


눈 속, 특히 포도막 조직에 생기는 염증을 통틀어서 ‘포도막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염증으로 인해 망막에 물이 차는 경우를 ‘삼출성 망막박리’라고 부릅니다. 삼출성 망막박리를 동반하는 양안의 전체 포도막염 양상을 나타내며, 이명과 두통과 같은 신경학적 증상과 백모증 및 탈모증을 유발하는 피부 증상을 동반하는 환자들에게 VKH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을 붙입니다.


1906년 스위스 바젤의 안과 의사 Alfred Vogt는 특수한 포도막염 양상을 보이면서, 속눈썹이 하얗게 변하는 환자의 증례를 보고합니다. 1914년 일본의 Yoshizo Koyanagi는 두 명의 특수한 포도막염 환자 증례를 보고하면서, 한 명에서는 청각 이상 증세도 나타났다고 기술했습니다. 1926년 일본의 또 다른 안과 의사인 Einosuke Harada는 1926년 이와 유사한 환자들의 특징을 분석하고 종합해, 질병의 진행 과정에 대해 기술했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은 포도막염이 나타나기 이전에 두통, 이명, 구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있었으며, 삼출성 망막박리를 동반한 양안 포도막염이 나타나고, 포도막염 시기가 지난 다음에는 탈모증이나 백모증 등이 피부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설명했습니다. 위의 세 명의 안과 의사가 보고한 환자들의 질병은, 서로 다른 병이 아닌 하나의 질환이었기 때문에, 세 명의 이름을 따서 Vogt-Koyanagi-Harada 증후군 (Vogt-Koyanagi-Harada syndrome)이라고 불리기 시작합니다.


멜라닌 세포 아시나요?


우리 몸에서 검은 색소를 포함하고 있는 세포를 멜라닌 세포라고 합니다. 이러한 멜라닌 세포는 피부에 분포하고 있으며, 눈 속의 맥락막이라는 층에도 멜라닌 세포가 다수 분포하고 있습니다. 맥락막은 망막의 바깥층으로서, 혈관이 매우 풍부한 조직이며, 검은 색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눈 속을 암실로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아직 VKH 증후군의 정확한 발병 기전은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며, 멜라닌 세포에 대한 자가항체(autoantibody)가 형성되고, 자가항체가 정상 맥락막 조직을 공격해서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유발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발된 염증이 전체 포도막염 양상을 보이고 삼출성 망막박리가 동반되면서 VKH 증후군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VKH 증후군 발생 빈도


VKH 증후군의 빈도는 미국에서는 전체 포도막염 환자의 약 1~4%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전체 포도막염 환자 중 6.7%가 VKH 증후군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인종적으로 볼 때, 백인보다는 피부에 멜라닌 세포가 더 많은 인종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많은 환자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다소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발표되는 연구에 따라 남녀 발생 빈도에 차이가 없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연령대로 보았을 때, 10대에서 40대 사이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3. VKH 증후군의 증상


맥락막과 망막에 이상을 유발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시력 저하 증세를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포도막염의 증상인, 시야가 흐리게 보이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며, 눈부심 증세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간혹 까만 점들이 떠다니는 비문증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안압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 한, 안구 통증은 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음시간에는 VKH 증후군의 임상양상 및 진단, 치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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