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의 안티에이징 클리닉]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당뇨병

모두가 당뇨병을 두려워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주변에 당뇨를 앓고 있는 이가 한 둘은 있을 정도로 당뇨병은 이제 흔한 만성질환이 되었다. 과거 당뇨란, 모르고 살다 십수년이 지나 당뇨가 심해지고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나는 무서운 질환이었다.

현재는 건강검진이 일상화돼 조기발견이 높아짐에 따라 심각한 합병증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1차, 2차 병의원급에서 철저한 관리를 진행해 당뇨가 있어도 위드 당뇨처럼 건강을 잘 유지하게 됐다.


▲ 이규원 종로연세의원 원장

오늘은 당뇨병과 정상의 경계인 당뇨병 전단계에 대해 알아보고 당조절을 하며 체중도 줄일 수 있는 최신 당뇨 치료제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자.

현대인들은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공단 검진에서는 공복혈당만을 검사하게 된다. 공복혈당 체크만으로는 당뇨병의 정확한 상태를 알기 어렵다. 사람에 따라 공복혈당만 높은 경우도 있고, 그와 반대로 식후 혈당만 높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병원에 방문해 당화혈색소 검사라는 채혈검사를 하면 보다 정확한 당뇨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 5.6까지는 정상, 5.7에서 6.4까지는 당뇨 전단계, 6.5부터는 당뇨로 진단된다. 당뇨병 전단계인 경우 5~7년 후 대략 절반 가량의 환자군이 당뇨병으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정상도 아니고, 당뇨병도 아닌 당뇨병 전단계에서는 어떤 생활습관으로 당뇨를 막아야 하는지 알아보자.

당뇨병 전단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식이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체중 감량이다. 식이습관은 당섭취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달콤한 음식 뿐 아닌, 도정이 많이 돼 있는 백미, 고운 밀가루로 만든 빵도 좋지 않다.

또한 떡이나 분식류도 당을 빠르게 올린다. 달콤한 밀크커피, 당분 가득한 과일 주스 등도 주의를 요한다. 술도 당을 많이 올리는 식품이므로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땀이 좀 날 정도의 중등도 강도의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1주일에 150분 이상 하는 것이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는 효과가 있다.

체중은 현재상태에서 10~15% 감량한다면 당뇨병 발생을 막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이 단계에서 당뇨병을 예방한다는 특효약 같은 것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의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가꾸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뇨병 전단계에서는 생활습관 교정 외 특별한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이 되면 생활습관 교정과 더불어 약물치료가 꼭 필요하게 되는데, 기존 내복약의 경우 살이 찌거나 저혈당이 오는 경우가 있었다.

인슐린 주사는 매일 수차례 맞아야 하고 살이 더 찌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공복에 인슐린을 맞다 저혈당이 와서 쓰러지는 경우도 제법 있다. 그런 부작용이나 불편한 점 없이 당도 잘 조절되고 오히려 체중감량에도 효과가 있는 가장 최신 당뇨약물에 대해 알아보자.

오늘은 두 가지 최신 치료제에 대해 말씀 드리려 한다.

우선 SGLT 억제제다. ‘포시가’ ‘자디앙’ ‘슈글렛’ 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판 중인 약물들이며 기존 당뇨약의 한계를 뛰어넘은 획기적인 신약으로 현재 당뇨 치료제군 안에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SGLT 억제제는 필요이상으로 높은 혈중의 당을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하게끔 하는 약이다. 소변을 통해 잉여당을 배출하기 때문에 체중감량 효과가 함께 있다. 게다가 다른 당뇨약과 작용기전이 겹치지 않고 저혈당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요즘은 당뇨병 치료의 1차 처방약으로 많이 쓰고 있다.

해당 치료제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과 그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효과까지 보고되고 있어 앞날이 매우 밝은 약이다.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소변량 증가에 따른 탈수, 요로감염의 빈도 증가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얻는 이득에 비해 부작용의 빈도나 심각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두 번째 치료제는 둘라글루타이드라는 주사제다. 둘라글루타이드는 '트루리시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인슐린 주사와는 다르게, 매일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고 주 1회 주사해 매우 간편하고 요즘 시대 트렌드와도 잘 맞는다.

혈당을 낮추는 효과와 함께 음식물 소화 시간을 늘려 공복감을 덜 느끼게 하고, 포만감을 증진시켜, 음식물 섭취를 감소시킨다. 그리하여 체중감소가 되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린다. 게다가 주사법도 아주 간단하고, 더부룩함, 구역, 복통, 설사 외 심각한 부작용은 없기 때문에, 주사에 대한 거부감만 심하지 않다면, 당뇨병초기치료제로 매우 좋은 약물이다. 추후 비슷한 기전의 약물로 월 1회만 맞는 주사제와, 경구 복용이 가능한 약제로도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앞날이 매우 촉망되는 약물이다.

오늘은 두 가지 신약만 말씀드렸지만, 당뇨병 치료제는 사실 고전적인 약물을 비롯해 작용기전이 같은 약물들만 묶어도 대략 6~7종류나 된다. 동일성분의 약들까지 포함하면 수백 종류의 약이 유통되고 있다.

오늘 말씀 드린 약 외에도 본인에게 맞는 약을 정확히 찾아 처방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당뇨약은 약마다 특성과 개성이 뚜렷하므로 함부로 약을 복용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을 받도록 하자.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매 3~6개월마다 당화혈색소 검사를 하여 당뇨 조절이 잘 되고 있는지 꾸준히 모니터링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00세 이상 살며 풍부한 먹거리도 누리는 시대와 함께, 당뇨는 이제 더 이상 피하기만은 어려운 질병이 됐다. 현재의 당뇨는 불치병도, 침묵의 살인자도 아니다. 당뇨를 무조건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좋은 의사와 좋은 치료제를 만나 효과적으로 조절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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