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열매와 한의학 2편 - 밤

밤은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관혼상제(冠婚喪祭) 등의 행사에 널리 활동되어 온 가을 열매다. 밤은 참나무과 밤나무의 열매로 율자(栗子)라고도 한다. 밤나무는 전국에 분포하는데 그 중 남부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며 8월 하순에서 10월 중순에 수확한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품종은 재래종 가운데 우량종과 일본밤을 개량한 품종으로 육질이 좋고 단맛이 강해서 우수한 종으로 손꼽힌다.


▲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 한의원 원장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밤은 맛이 달며 성질은 따뜻한 열매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밤이 몸의 기력을 보강하고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며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배가 고픈 것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으며, 복용할 때에는 구워서 진이 나올 정도가 되었을 때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 외에도 한의학에서 밤은 복용하면 근육을 강화하며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지혈하는 효능이 있으며, 그밖에도 밤은 복용할 때 만성 구토, 물과 같은 설사, 허리와 다리가 연약한 증상, 코의 출혈, 빈혈, 관절의 통증, 림프절 염증 등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1596년 명나라 때 간행된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차가운 환경에 의한 설사에는 반드시 구운 밤 20~30개를 먹어야 한다고 하였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의 기능과 허리 및 다리의 기능이 서로 연관성이 있으며 신장의 기능이 약하면 허리와 다리가 약해진다고 보고 있다. 밤은 신장의 기능을 보강하므로 신장이 약해서 발생하는 허리와 다리의 약화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밤은 예로부터 열매 외에도 열매의 껍질, 밤나무 잎, 밤송이 등이 약재로 활용돼왔다. 먼저 밤의 껍질은 겉껍질과 속껍질로 나뉘는데 밤의 겉껍질은 구토, 코의 출혈, 혈변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고, 밤의 속껍질은 임파선이 부은 증상과 목 안에 생선가시가 걸린 경우를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밤나무 잎은 옻나무의 독이 오른 경우에 외용제로 사용했으며, 최근 연구에서는 밤나무 잎이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밤송이는 구토와 소갈증,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이렇듯 밤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다양하게 약재로써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증상이 있다고 일괄적으로 복용하거나 과도하게 많은 양을 복용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밤은 과도하게 복용하게 되면 소화불량과 위장 기능이 약화될 수 있으며, 구워서 복용할 때도 너무 익혀서 먹게 되면 몸의 혈액 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밤을 식용으로 소량 복용하는 경우 이외에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과 조언을 받아 적절한 양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상의학적 관점에서 밤은 태음인에게 잘 맞는 열매이다. 태음인은 몸에 노폐물이 쉽게 쌓일 수 있어서 소화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소화기능을 돕는 밤을 복용하면 효과적이다. 따라서 태음인에게 밤은 소화불량, 설사, 부종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밤은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약한 소음인도 소량 복용할 수 있지만 과량으로 복용했을 때는 소화불량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복용량에 주의가 필요하다. 소양인은 몸에 열에너지가 쉽게 쌓일 수 있어서 따뜻한 성질의 밤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태양인은 체질적으로 몸이 쉽게 건조해질 수 있는데 따뜻한 성질의 밤은 몸을 더 건조하게 할 수 있어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