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진의 ‘신경전(全)’] 섬망은 치매의 일종인가요?

“고령의 부모님이 갑자기 넘어지며 골절이 생겨 수술하게 되어 간병을 하게 됐다. 그런데 갑자기 이전과 다르게 자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밤에 잠을 안 자고 횡설수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로 인해 본인은 물론 같은 병실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했고 퇴원하고 현재 집에서 회복하시면서 이런 모습도 서서히 좋아지는 것 같다.”


▲ 오여진 소중한메디케어 신경과 과장


위는 섬망의 일례이다. 고령의 환자가 많아지면서 예전에 비해 섬망을 겪는 환자와 보호자가 많아지는 것 같다. 이전에 ‘섬망’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단어였는데 최근에는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겪거나 한 번쯤 들어보았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섬망 (delirium) 은 갑자기 나타나는 정신의 혼란 상태를 의미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의 저하가 급격하게 발생한다. 방금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사람을 분별하지 못하며 횡설수설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불안하고 초조해 하며 거친 언어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수액이나 소변줄을 잡아 뽑거나 병실 밖으로 이유없이 나가려고 하는 등 조절되지 않는 행동이 나타난다.


증상은 야간에 더 심해지며, 낮에는 완화되는 등 기복이 심하고 본인이 한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섬망에서 보이는 증상이 치매와 비슷한 듯 하지만, 섬망은 신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뇌기능이 일시적으로 장애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치매와는 구분된다.


치매는 뇌기능의 저하가 발생하면서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나는데, 비교적 서서히 발생하고 한번 발생하면 좋아지기는 어렵다. 이에 비해 섬망은 인지기능장애가 갑자기 발생하며, 주로 신체적 질환이 발생하면서 뇌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 된다.


비교적 중증 질환이나 수술 등으로 인해 입원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고 병이 위중할수록, 특히 중환자실 입원 환자에서 자주 발생한다. 고령이거나 기저에 치매가 있는 환자에서 더 흔하게 생긴다. 치매와 비교했을 때, 증상이 하루 중에도 여러 차례 변동이 있으며 원인 질환이 좋아지면 이런 증상도 함께 회복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섬망의 일차 치료는 원인이 되는 질환에 대한 치료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을 해서 위험한 상황이 예측되거나 불면, 불안이 심하면 단기간 약물을 사용하여 증상을 조절할 수도 있다. 섬망 환자에서는 낯선 환경보다는 친숙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좋다.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섬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가장 친숙한 보호자가 옆에 있는 것이 좋으며, 익숙한 물건을 가까이 놓아두는 것도 좋다. 가족,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주고 안경이나 보청기가 필요하다면 착용을 시켜주도록 한다. 섬망을 겪는 환자에서 밤낮이 바뀌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낮에는 햇빛을 보고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밤에 수면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섬망이 직접적으로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전에 경도의 인지 저하가 있던 고령의 환자에서 섬망 후에 인지 저하가 진행하기도 하고 원래 치매를 앓고 있던 환자의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고령의 환자는 젊은 사람에 비해 섬망이 천천히 회복되는 편이지만 치매 등 다른 질환이 함께 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인지기능을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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