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대표적인 보약 약재 - 녹용 이야기

녹용은 아직 골질화되지 않았거나 약간 골질화된 사슴의 어린 뿔을 의미하며, 사슴의 종류와 산지에 따라 구분된다. 녹용으로 쓰이는 사슴의 종류로는 매화록, 마록, 대록이 있으며, 사슴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녹용으로 구분되는 사슴은 매화록, 마록, 대록만이 해당한다.


매화록은 몸에 흰색 반점이 있어서 꽃사슴으로도 불리는데 남한에서는 1940년대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록은 붉은 사슴으로 불리며 마록의 뿔은 생산지에 따라 러시아산은 원용, 중국산은 깔깔이, 뉴질랜드산은 뉴자라 부르기도 한다. 대록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서식하는 대형 사슴으로 덩치가 큰 만큼 뿔도 크며 엘크라고 부른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녹용은 대부분 엘크의 뿔이다.


▲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녹용은 예로부터 에너지를 보강하고, 기초 대사 물질과 혈액을 보충하며 뼈와 근육을 강화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여 귀한 약재로 여겼다. 녹용은 여러 서적에서 다음의 효능을 지닌 약재로 기록되고 활용되어왔다. 먼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따르면 녹용은 출혈성 질환, 추웠다가 더워지고 깜짝 놀라는 병을 다스리고 기운을 보강하고 정신을 강화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있다.


명의별록(名醫別錄)에서는 녹용이 학질처럼 으슬으슬 춥고 떨리는 허로증, 여위고 쇠약해진 증상, 팔다리가 시큰시큰 쑤시고 아픈 증세, 허리와 등이 아픈 증세, 빈뇨를 치료하고 뱃속에 남아있는 혈액을 제거하며, 조그마한 종기 등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약성론(藥性論)에서는 녹용이 남자의 허리가 허약하고 시린 경우에 허리와 신장의 기능을 보강하고, 다리와 무릎에 맥이 없는 증상, 몽정, 정액이 넘쳐 저절로 흘러 나오는 증상, 여성의 자궁출혈 등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일화자제가본초(日華子諸家本草)에서는 녹용이 임신부의 태아를 안정시킨다고 하였으며,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몸의 기초물질과 혈액 및 에너지를 보강하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며, 모든 쇠약한 증세, 난청, 눈앞이 캄캄해지는 증상, 현기증, 설사를 치료한다.


또한 한의학 처방이 집대성 돼 있는 서적인 방약합편(方藥合編)에서도 녹용이 주로 포함된 처방은 에너지와 혈액이 소모돼 발생한 수면 중 과도하게 발생하는 땀을 치료하고, 허약하고 기력이 약해진 소모성 질환, 신장의 기능이 약해져 발생한 열과 가슴의 두근거림, 수면 중 땀, 유정 등을 치료하거나 소화기와 신장의 기능이 약해져 오래동안 설사하는 증상, 난청, 임신부의 출산 중 발생한 난산 등을 주로 치료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녹용은 만성 소모성질환과 인체의 기초체력을 비롯한 면역력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주로 활용됐음을 보여준다.


현대에서도 녹용은 다양한 연구에서 그 효능이 증명된 바 있다.


최근 보고된 실험 연구에서는 녹용이 혈압을 내리고 말초혈관을 확장하는 효능과 우수한 전신강장제로서 전신의 활동기능을 높이는 효능, 장기간 유합이 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새살이 돋지 않는 궤양과 상체에 대한 재생 과정을 증가시키는 효능 등이 있다고 보고됐다.


또한 녹용은 고지혈증의 상승억제효과, 성장촉진작용, 조혈작용, 단백질합성 촉진작용, 척추신경의 효소활성증가,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면역활성증가, 전립선과 자궁의 발육을 촉진하는 등의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있다.


녹용이 점차 골질화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이를 녹각(鹿角)이라고 한다. 녹각은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뼈와 근육을 강화하며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부종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이러한 효능 때문에 녹각은 몸에 난 종기와 염증을 치료하고 가슴과 배의 통증을 없애고 골절이나 상처 등을 치료하며 허리나 등뼈의 통증을 낫게 하기 위해 사용됐다. 최근 연구에서는 녹각을 추출한 약침으로 관절염 치료 효과가 있음을 보고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녹각은 그 자체로 약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정제 과정을 거친 후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녹각을 절단하여 물로 끊여서 농축한 것을 녹각교(鹿角膠)라고 하며 녹각교를 만들고 남은 뼈를 꺼내 말린 것을 녹각상이라고 한다.


녹각교는 체력보강과 면역력 증강 효과가 녹용보다는 약하지만 녹각보다는 우수하며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여 조루, 유정, 빈뇨, 야간뇨를 치료하며, 혈액을 보충하는 효과 지혈 효과가 우수하여 산후빈혈, 자궁출혈, 장관출혈 등에 자주 쓰인다.


녹각상(鹿角霜)은 녹각교와 효능이 비슷하지만 약한 편으로 체력보강과 면역력 증강 효과보다는 신장의 기능을 체액을 지키는 거둬들이는 효과가 좋아서 수면 중 발생하는 땀, 유정, 조루, 빈뇨, 유뇨, 자궁출혈, 장관출혈 등에 주로 쓰인다.


사상의학에서 녹용은 특히 태음인의 대표적인 보강약으로 식사 후 속이 그득하고, 다리의 힘이 없으며, 기침, 난청, 시력저하, 요통 등에 주로 활용됐다. 즉 태음인이 병약한 경우에 다양하게 활용됐다. 그리고 소음인, 태양인, 소양인도 기력을 보강하는 약재로 활용될 수 있으나 사용용량을 조절하여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며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가 과도하게 항진돼 있는 경우, 열이 나서 헛소리를 하는 경우 등이 나타나는 경우 소화기에 열 에너지가 과도하여 발생한 염증이 있는 경우, 몸의 노폐물인 담이 열과 함께 쌓여있는 경우 간의 에너지가 과도하게 항진돼 얼굴이 붉고 열이 나고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증상이 있을 시에는 녹용을 약재로 복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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