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돈의 한방톡톡]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가려움증을 줄이는 팁과 훈련법

아토피 피부염 환자분들의 가장 큰 고통은 가려움입니다. 하루 종일 가려워 긁게 되고, 과도한 긁음으로 인한 상처는 피부 장벽을 무너뜨리게 되고, 이차적으로 색소침착과 태선화를 불러옵니다.


보통 흔히 우리 몸에서 느끼는 통증 감각은 우리 몸이 스스로 치유하려는 신호이므로 몸이 원하는대로 해주면 좋다는 식의 말들이 있습니다. 아프면 두드려주고 문질러 주면 통증이 점차 줄어드는 경험처럼 말이죠.


▲ 구재돈 바른샘한의원 대표원장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에도 가려우면 긁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요? 그리고 가려움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가려울 때 긁는 것은 나쁘기만 한 행동일까요?


흔히 아프면 두드려주고 주물러주면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렇다면 가려워서 긁는 행동이 가려움증을 줄여주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가려움의 신호는 ‘온도조절 수용체’와 ‘촉각 수용체’가 동시에 관여합니다. 이때 가려워서 피부를 긁게 되면 인체는 가려움을 통증에 준해서 인식하게 됩니다. 이때 두 가지 현상이 발생합니다.


첫 번째 현상은 ‘Wind up phenomenon’입니다. 피부를 지속적인 긁게 되면 가려움의 통각이 ‘Wind up phenomenon’에 의해 긁는 자극이 점차 합쳐지면서 통각 신경의 활성도를 더욱 증가시킵니다.


두 번째 현상은 ‘Central sensitization’입니다. 반복적인 긁는 자극은 흥분 역치가 낮추고, 그로 인해 대뇌로 보내는 신호의 빈도가 점차 증가하게 됩니다. 결국 긁으면 긁을수록 더욱 가렵게 되고 더욱 민감하게 됩니다.

또한 가려워서 긁는 행동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를 점차 두꺼워지게 만드는 태선화를 초래합니다. 태선화로 인해 바짝 말라 버진 표피층의 경우 반복적인 자극으로 인해 표피 신경섬유가 피부 속에서 점점 피부 외측으로 노출이 되면서 작은 가려움 자극도 더욱 쉽게 인지하게 만듭니다. 가려워서 긁게 되면 더욱더 많은 신경섬유가 가려움을 인지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우리 몸은 가려움증을 어떻게 느끼는 것일까요? 과거에는 가려움증과 통증은 같은 감각신경으로 인식을 했습니다. 통증은 강한 통증 자극, 가려움은 약한 통증 자극에 대한 감각신경의 반응으로 이해했습니다.


막연히 가려움이란 피부에 퍼져 있는 체성감각신경을 통해 통증 신호가 감지되고 다시 척수를 통해 대뇌 피질로 전달된다고만 알았을 뿐이죠.


이후 연구를 통해 가려움 감각이란 것은 ‘온도 수용체’와 ‘촉각 수용체’라는 이론 채널이 신호를 감지해서 대뇌까지 전달하는 것으로까지 인식의 폭을 넓히기에 이릅니다.


1997년 미국 UCSF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팀의 ‘캡사이신 수용체: 통증 경로에 있는, 열에 의한 활성화되는 이온 채널’이란 제목의 논문과 2002년 아르뎀 파타푸티언 교수의 멘톨이라는 화학 물질을 통해 냉센서인 TRM8 단백질 연구를 통해 정립됐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두 분이 공동 수상하게 됐구요.

가려움 감각이란 것은 ‘온도 수용체’와 ‘촉각 수용체’라는 이론 채널이 신호를 감지해서 대뇌까지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때 온도조절수용체(TRP)를 통해 뜨거운 신호와 차가운 신호를 감지하는 이온 채널이 각각 존재하고 뜨거운 신호를 인지하는 수용체는 가려움을 느끼게 하고, 차가운 감각 이온채널은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려움증이란 온도조절수용체에 의해서 가려움 신호를 받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가려움증이 발생할 경우 피부를 차갑게 식혀주게 되면 차가움 신호가 수용돼 가려움을 덜 느끼게 됩니다. 즉, 아토피 피부염 환부를 쿨링해주는 것만으로도 가려움증은 완화됩니다. 환부가 가렵다면 젤팩이나 얼음, 냉팩을 이용해 짧은 시간 동안 쿨링해 주시면 가려움증이 즉각적으로 줄게 됩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부를 지속적으로 긁으면 더욱 심한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토피 피부염에 있어서 가려움을 참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일명 ‘가려움 참기 훈련’입니다. 훈련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즐겁고 행복한 행동이나 조건 혹은 집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합니다. 그리고 긁지 않은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독서나 영화 감상을 하면서 책상 위에 손을 올려놓고 떼지 못하게 합니다. 정해진 시간을 30분, 1시간, 2시간씩 점차 늘려가는 것입니다.


긁지 않는 시간이 증가할 수록 가려움 강도가 점차 줄게 된다는 점에서 착안한 훈련 방법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수면 시 무의식중에 긁는 것을 막는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소아 아토피 환자의 경우 두꺼운 옷을 입히거나 장갑이나 손 싸개를 해줌으로써 긁을 기회와 강도를 낮추어 주게 되면 ‘Wind up phenomenon’과 ‘Central sensitization’에 의한 가려움증 증가 현상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가려움증은 참을 수 없는 고통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긁으면 긁을수록 더 깊은 가려움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고, 증상만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덜 긁으면 덜 가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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