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전성시대 그리고 ‘속’ 사정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은 대단하다. 어릴 때부터 새빨간 김치로 단련한 입맛 때문인지 불닭볶음면을 스스럼없이 즐기고 미친 듯이 맵다고 소문이 난 음식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러한 기대에 부흥이라도 하듯 식품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매운맛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매운 음식을 못 먹으면 ‘맵찔이’라 놀림 받고, 미친 듯이 매운 음식을 먹는 데 도전하는 콘텐츠는 유행처럼 떠돈다. 그런데, 우리가 매운맛에 익숙해지는 동안 몸속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픽사베이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혀에 있는 미뢰를 통해 미각수용체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미각수용체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을 인지할 수 있다. 흔히 알려진 ‘매운맛’은 통증과 열을 느끼는 감각수용체 TRPV1이 자극을 받아 반응한 결과다.

감각수용체 TRPV1이 많을수록 통증과 열을 느끼는 자극도 강해진다. 매운 음식을 먹기 힘들어하는 사람은 이 감각수용체가 상대적으로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같은 매운 음식을 먹어도 수용체가 적은 사람보다 더 강한 자극(통증과 열)을 느껴 고통스러운 것이다.

교감신경은 매운 음식이 유발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작동한다. TRPV1의 활성화로 몸이 뜨거워졌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땀을 내서 체온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 해소와 통증 완화 효과를 내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을 분비시킨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러한 과정 때문이다.

매운맛은 체중감량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뀌도록 유도하는 수용체를 활성화 시켜 에너지 연소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신진대사를 활성화 해 지방분해를 촉진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 해소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매운맛만 찾아다니다간 다양한 부작용을 얻을 수 있다. 감각수용체가 적어 매운맛에 둔감하다고 해도 위장에 가해지는 자극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다. 매운 음식의 잦은 섭취는 설사, 위장장애, 역류성 식도염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매운 음식이라고 무조건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매운 음식들은 라면, 마라탕, 떡볶이 등이 있지만 대부분 탄수화물에 단맛과 짠맛을 더한 자극적인 조합이다. 이러한 음식을 과다 섭취한다면 자연스럽게 비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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