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만성통증과 더불어 살아가기

필자는 평생을 통증과 함께 살아왔다. 이러한 만성통증에 대해 대처하면서 살아온 기간이 벌써 20년이나 됐다. 지금도 여전히 극심한 통증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통증은 필자를 가장 괴롭혀 온 존재이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럼에도 나는 많은 사람들이 통증으로 고통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만큼 만성 통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가 않다.


▲ 정수진, 한양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통증은 우리가 뇌에서 느끼는 신호 체계다. 어느 날 지나가다가 길에서 넘어져서 팔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급성 통증(acute pain)이라고 하는데 이런 통증은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이 된다.

우리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에서 느껴지는 문제점이나 우리 몸이 보내는 다양한 방식의 신호를 느끼지 의식하지 못해 대처를 할 수 없고, 이로 인해 극단적으로는 생명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생존에 굉장히 중요한 감각인지 행위 중 하나다.

하지만 3개월 이상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무슨 원인인지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통증은 만성 통증(chronic pain or persistent pain)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 우리는 병원에 가서 통증의 원인을 찾거나 원인을 잘 모르더라도 치료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다른 질환의 합병증, 외상으로 인한 급성 통증이 호전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우, 그리고 특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통증을 느끼는 경우 등이다.

요즘은 마취통증의학과의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과거에는 마취과에서 통증을 다룬다는 개념이 희박했다. 필자는 스무 살에 페인 쇼크(pain shock)를 경험하고 그 날로 입원을 했다.

통증클리닉과의 협진이 이루어 지면서 통증의학의 대가인 A교수를 만나 중재적 치료를 받게 됐다. 입원 중 몇 차례 치료와 약물치료 후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나 퇴원을 했다. 이 후 3년 정도 A교수의 치료 계획과 방향을 꾸준히 따른 끝에 어느 날부터는 약물치료만으로도 조절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만성통증 환자들은 치료를 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필자가 이 부분을 언급하는 까닭은 주변의 많은 환자들이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좋아질 수 있는 ‘절대 시간’에 대한 인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치료 주치의의 꾸준한 치료를 받지 않고 병원을 옮기는 경향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나라에서 유명하다는 통증 전문가를 운이 좋게도 다 거쳐 보았다.

필자가 주치의를 바꾼 경우는 의사가 퇴직을 한 경우, 이외에 필자가 가진 질병 진단을 위해 전원을 하면서 해당 병원 통증센터 협진 의뢰가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다.

필자는 성격상 의사가 아주 이상하지 않다면 한 명의 의사와 신뢰를 쌓아가는 방법이 시간 낭비를 줄이는 최상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운 좋게 좋은 의사를 만난 이유도 있다.

만성통증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전문가와 장기간 호흡을 맞춰가면서 맞춤치료(tailored-treatment)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여러 소견을 듣고 나에게 적절한 치료를 해줄 수 있는 의사를 만났다면 적어도 6개월 정도는 꾸준히 전문의와 상담을 통한 치료를 모색해 나가는 것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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