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샘´s Diary] 학교에서 발작 증세가 나타나면 어떤 처치를 받을까?

특수학교뿐만 아니라 일반학교에도 뇌전증의 증세가 있는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마 적어도 학교당 한두 명은 있으리라 예상되는데요. 특수학교는 그보다는 좀 더 많은 학생들이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그에 따라 뇌전증을 조절하는 약을 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뇌전증을 조절하는 항경련제를 복용하더라도, 조절되지 않아 수시로 발작이 발생되는 학생이 있기도 하고, 잘 조절되다가도 갑작스럽게 발작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 권오윤 서울도솔학교 보건교사


그럼, 학교에선 이 학생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제일 먼저 우리학교 학생들의 뇌전증 종류와 발작 형태 등을 파악해 둡니다. 매년 학기 초에 가정통신문을 통해 조사하는 건강상태조사서를 통해서 합니다. 그래야 통신문을 회수하면서 담임선생님도 내용을 보시면서 ‘아, 우리 반에 이런 건강문제를 가진 학생이 있구나…’라고 파악하실 수 있고, 또 1년 사이에 건강상태에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매년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련의 처치가 이루어지기 위해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학기 초 교육을 실시합니다. 앞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학교에서 발생될 수 있는 발작 패턴을 소개하고, 그에 맞게 대비를 할 수 있게 내용을 구성합니다. 학기 초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처치가 지연될 수도 있고, 선생님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학생과 발작을 하고 있는 학생이 모두 불안해 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3월이 가기 전에 응급처치와 관련된 교육을 실시합니다. 처치의 지연으로 학생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생의 바로 옆에 있는 선생님의 빠른 대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사전 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뇌전증 학생과 관련된 교육의 내용은 주로 발작 발생 시 응급처치법입니다. 발작 시 손상예방을 위함입니다. 전신성 강직성-간대성 발작인 경우는 전조가 보이기도 하고, 학생 본인이 발작 직전에 느낌이 다름을 호소할 수 있으니 전조가 느껴지는 경우 다치지 않도록 앉게 해 주고, 옆에서 잡아주도록 설명합니다. 무긴장성 발작인 경우 수시로 근육의 긴장이 없어지면서 앞으로 넘어져 안면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이동 시 학생 옆에서 팔짱을 끼고 보조해 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헤드기어를 착용시켜 머리와 안면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설명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발작 장면이 있는 동영상을 제공합니다. 그런 다음 응급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있는 동영상을 통해 선생님들이 응급상황에서의 대처법을 구체적으로 생각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내용을 교육합니다.

학교에서 뇌전증 발작 시 응급처치에 대한 주요 내용:

1) 학생이 다치지 않게 주변의 위험한 물건을 치운다.
2) 몸에 조이는 옷이나 목도리 등은 제거해 준다.
3) 간대성 발작 중 머리가 다치지 않고, 숨쉬기 편하게 목 뒤를 부드러운 것으로 받쳐준다.
4) 간대성 발작기에는 학생의 신체를 과도하게 억제하지 않는다.
5) 구토를 하거나 침이 과도하게 나올 때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준다.
6) 발작이 끝나면 몸을 옆으로 눕혀, 회복 자세를 취해준다.
7) 깰 때까지 옆에 있어 주고, 잠이 들면 편하게 자게 해 준다.
8) 혀를 깨물어 피가 날 수 있으니 입안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뇌전증 발작시 119 호출하는 경우:

1) 뇌전증 이력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발작한 경우
2) 중첩발작(첫 번째 발작이 끝나기 전에 두 번째 발작이 연달아 발생하는 것)을 할 경우
3) 발작 시작한 지 5분이 지나도 계속될 경우
4) 발작 후에도 호흡이 정상패턴으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5) 발작 시 심하게 다쳤을 경우

발작에 대비한 보건실에서의 준비는 산소포화도, 에어웨이, 간단한 신체사정 도구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사용하도록 경추보호대, 앰부백도 준비해 놓습니다. 실제로 학생이 대발작이 일어나서 크게 경련이 있을 때면 전화를 받고 달려가 학생의 상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합니다. 호흡은 가능한지, 맥박은 있는지, 넘어지면서 다친 곳은 없는지 등을 빠르게 확인합니다.


보통 보건교사가 도착할 때면, 강직기를 거쳐 간대성 발작기에 들어간 상태로 입에 거품을 물고 심하게 손과 발과 온몸을 흔들며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다른 특수 선생님들도 뇌전증 응급처치에는 베테랑이셔서 이미 고개를 옆으로 돌려놓고 이물질이 흡입되지 않게 조치를 해 놓은 상태라 큰 응급상황 없이 지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준비해 간 산소를 주며 “괜찮아, 선생님 옆에 있어 무서워 하지마. 어…, 그래 천천히 숨 쉬어 괜찮아…”를 계속 말해주며 토닥여 주면서 산소포화도를 관찰하고 학생이 편안해 질 때 까지 기다려줍니다. 사실 겉으로는 별 처치를 안 하는 듯 보이겠지만 마음속은 불안의 폭풍우가 몰아치며, 나쁜 상황을 상상하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거나 아이가 파래지면 다음 처치를 어떻게 할까? 이 상황에 에어웨이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까? 호흡이 잘 유지되는 건가? 현재 119에 전화가 필요할까? 이 학생이 중첩발작을 할까? 5분이 지나도록 발작을 하면 안되는데…. 제발 편안히, 발작아 지나가라… 등등의 생각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보통은 1~2분 사이 학생의 발작이 멈추고 학생이 잠이 들면, 따뜻하게 잘 수 있는 환경에서는 장소이동 없이 재우고, 따뜻하지 못한 장소이면, 다른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보건실로 이동 시킨 후 학생을 쉬게 해 줍니다. 그러면 학생은 금방 깨어나기도 하고, 1시간 정도 푹 잠을 잔 후에 일어나 교실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 대해서는 담임선생님은 학부모님께 전화로 연락해 오늘 학교에서 무슨 시간에 발작이 시작됐고, 발작은 몇 분간 있었고, 패턴은 어땠으며, 지금은 종료돼 보건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을 해 주십니다. 학생이 손상 없이 발작을 시작했다면, 당일 바로 병원에 가지는 않겠지만, 추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할 때 언제 어떻게 발작이 얼마간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병원에 제공하는 것이 학생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뇌전증이 있는 학생의 학부모님들이 아이에게 불이익이 있을까봐 학교에 뇌전증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학교에서 위와 같은 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이 학교에서 뇌전증 발작이 나타날 경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뇌전증 사실을 학교에 알리신다고 학생에게 불이익은 없으니, 학교에 정확한 건강정보를 제공해 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립니다.

이렇게 오늘도 조용하지 않지만 아무 일 없이 또 큰 산 하나를 넘었습니다. 내일도 무사히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기를 바라면서 오늘 보건실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