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도라지의 한의학적 효능과 주의점

도라지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우리에게는 ‘도라지타령’이라는 노래로 익숙하다. 도라지의 꽃은 흰색 또는 보라색을 띄며 도라지타령에 나오는 백도라지는 흰색 꽃의 도라지를 말한다.


▲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도라지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이와 연관된 설화를 간단히 살펴보면, 옛날에 도라지라는 어여쁜 소녀가 살았다. 도라지는 부모 없이 오빠와 살고 있었는데 오빠가 중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게 돼 도라지는 절에 맡겨졌다. 도라지는 바다에 나가 항상 오빠가 오기를 기다렸으나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오빠를 기다리며 항상 바다에 나가 있던 도라지는 어느 날 등 뒤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는 순간 도라지꽃이 됐다. 항상 바다를 바라봤던 설화 속 도라지의 모습은 따뜻하고 습윤한 기후를 좋아하는 도라지의 특성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라지의 뿌리는 ‘길경’이라고 하며 약재로 활용된다. 자연산 길경의 경우 2~3년 된 뿌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요즘에는 20년 이상 성장 가능한 재배기술이 개발돼 다년생 길경을 생산하고 있다.

길경의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길경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신농본초경’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길경의 효능은 “칼로 자르는 듯한 가슴과 옆구리의 통증과 배가 그득한 증상 등을 치료한다”고 기술돼 있다. 길경은 호흡기 감염 등으로 인해 발생한 가슴과 옆구리의 통증을 치료하며, 소화기능이 저하돼 나타난 복부 팽만감을 치료할 때 쓰인다.

길경의 효능에 대해 언급한 다른 서적들을 살펴보면, ‘명의별록’에서는 “길경은 목구멍이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기술돼 있으며 ‘약성론’에서는 “설사와 폐의 염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일화자본초’에서는 “가래를 제거하고, 배농하는 효능이 있다.”고 언급했고, ‘본초강목’에서는 “입과 혀에 생긴 염증과 결막염을 치료할 때 복용한다.”고 돼 있다. 또한 ‘금궤요락’에서는 폐농양에 길경을 활용해 치료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러한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길경은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호흡기와 소화기의 염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가래 제거와 입과 목 안, 눈의 염증 치료에 좋은 효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길경은 앞서 언급한 효능 외에도 연구를 통해 혈당강하작용, 콜레스테롤 대사 개선 작용이 있다는 것이 입증됐고,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길경이 간 손상 억제 및 면역증강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길경의 약리활성의 주성분은 사포닌(saponin)이며 주로 길경의 껍질에 많이 분포돼 있다. 그리고 플라티코딘(platycodin)이라는 지표물질은 급 만성 염증에 강한 항염증 작용이 있으며 항히스타민, 항아세틸콜린, 항알러지 작용도 있다.

사상의학에서 길경은 특히 태음인의 호흡기 질환과 소화기 질환을 치료하는 약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감기 초기에 목 안과 입 안의 염증이 있을 때 차로 복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호흡기의 점막을 건조하게 할 수 있어서 몸의 수분이 부족하여 나타난 오래된 기침이나 호흡곤란, 피가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길경의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양인의 경우에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 체내 수분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길경의 복용에 있어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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