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진의 ‘Eye 러브 유’] 안경의 역사에 대해서①

의학의 역사는 인류가 지구 상에 존재하면서부터 시작됐으며, 질병에 대한 투쟁과 극복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안과 분야의 역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그 어떤 질환보다도 심각한 불편함을 주는, “시력 저하”이라는 장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교수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현재 우리가 최첨단 장비와 기구를 이용하여 안과 질환을 진단하고 수술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안과라는 학문의 눈부신 발전과 그 길을 함께한 기구로는 “안경”을 들 수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안경은 그 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고, 옛날 사람들에게 있어 안경은 어떠한 존재였는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역사라는 학문이 그렇듯, 문헌에 따라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내용과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안경의 원리에 대한 이해의 역사


안경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빛의 굴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굴절 과정에 나타나는 불합치 때문에 근시, 원시, 난시 등의 질환이 유발되고, 다시 굴절 과정을 안경으로 바로잡아 줄 수 있는 물체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안경이라는 기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에는 이러한 이해가 체계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기원후 1세기 고대 로마제국의 철학자이자 극작가인 세네카(Seneca the Younger, 4~65 AD)는 물을 가득 채운 유리구슬을 읽을 거리 위에 놓으면 글씨가 확대되어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러한 경험적인 방법은 후대에도 확대경의 원리로 꾸준히 이용됐습니다.


빛의 굴절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고, 기록으로 남긴 사람은 11세기 아랍의 의사 이븐 알 하이탐 (Ibn al-Haytham, 965~1040)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Fig. 1). 유리구슬을 통해 세상을 보면 크게 보인다는 점에 착안하여, 굴절의 원리에 대해 연구하였다고 합니다. 연마한 투명한 광물을 사용하면 시력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중세 시대에는 광학을 비롯한 자연과학 및 공학 기술이 유럽보다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더욱 발전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빛의 반사, 굴절, 분광 등 현대적인 광학을 발전시킨 사람은 그 유명한 아이작 뉴튼(Isaac Newton, 1643~1727)이며, 천문학 및 수학의 대가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에 의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근시 및 원시 등의 굴절 이상이 규명되었다고 합니다.


 11세기 아랍의 의사 이븐 알 하이탐 (Ibn al-Haytham)의 초상화와 그가 했다고 전해지는 광학실험 장면.


2. 고대 및 중세 시대의 안경

현재 전해지는 기록 상으로 가장 오래 전 안경을 착용했다고 알려진 사람은 바로, 고대 로마제국 시절 폭군의 대명사로 알려진 네로(Nero, 37~68 AD) 황제입니다. 고대 역사가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 23~79 AD)는 당시 로마 네로 황제가 안경을 착용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에메랄드로 된 안경을 낀 채로 로마 검투사 경기를 참관했다고 합니다 (Fig. 2). 집권 말기 로마를 불태우는 순간에도 네로 황제가 안경을 끼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황제는 녹색의 영롱한 빛이 눈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고대 로마 네로 (Nero) 황제는 에메랄드를 깎아서 만든 안경을 착용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폴로(Marco Polo, 1254~1324)도 1270년경 중국을 여행하던 도중 안경을 착용한 노인을 보았다고 합니다. 안경을 쓴 채, 작은 글씨를 척척 읽어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안경 렌즈의 모양은 큰 타원형이었다고 하며, 안경에 들어가는 렌즈의 재질은 수정, 석영, 황옥, 자수정 등이었습니다. 유리가 제작되고, 원하는 렌즈 형태로의 세공이 가능할 수 있게 된 것이 유럽의 12세기 정도였으니까, 그 전까지는 투명도가 높은 광물을 깎아서 안경의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재료가 되는 광물들 특유의 색깔 때문에, 자연적인 선글라스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에메랄드 안경이나 자수정 안경 같이 아름다운 색깔을 지니는 재료로 만든 안경을 착용하면 어떻게 보일지 상상해 봅니다.


또한, 당시 중국인들은 그을린 수정을 사용하여 선글라스처럼 사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중국에서 안경테는 거북의 등껍질, 상아, 동물의 뼈 등을 깎거나 갈아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집니다. 재료 채취와 가공 과정들을 보았을 때, 당시 안경은 말 한 마리 가격과 맞먹었을 정도의 사치품이었다고 하며, 신분과 지위의 상징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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