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진의 ‘신경전(全)’] 추운 데서 자고 나면 입이 돌아가나요?

흔히 “추운 데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 고 한다.


실제로 추운 곳에서 잔 것과 관계없이 ‘입이 돌아가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 오여진 소중한메디케어 신경과 과장


어느 날 거울을 보았는데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고, 한쪽 눈이 잘 안감기는 본인의 모습이 보인다면 적지 않게 놀랄 것이다. 뇌졸중인가 하는 두려운 마음을 안고 내원한다.


이는 안면마비의 증상이며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안면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뇌졸중, 뇌종양과 같은 뇌의 병변이나 외상으로 인한 안면신경의 직접적인 손상 등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성인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안면마비는 벨마비(bell’s palsy)이다. 벨마비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바이러스 또는 자가면역과정에 의한 신경의 염증이 그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벨마비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이마와 눈주변의 근육이 마비되며 눈썹과 이마가 쳐져 보이고, 눈이 잘 감기지 않는다. 입주변의 근육이 잘 움직이지 못하면서 동측 입꼬리가 쳐지며 상대적으로 반대쪽 입이 돌아간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 외에도 미각 저하, 눈물 분비이상, 청각 과민 등이 동반 될 수 있다.


마비 증상이 심하다면 거울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지만, 경미한 경우는 양치 후 물로 입을 헹구는데 물이 자꾸 한쪽으로 새거나, 세수를 하던 중에 한쪽 눈이 꽉 안감겨지면서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게 되는 현상으로 이상을 느껴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벨마비는 발생 수일 이내로 빠르게 치료받는 것이 후유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 항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제 등 약물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고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6개월 이내에 회복이 된다. 그러나 초기 마비가 심할 경우 회복이 불완전하게 되어 마비가 남을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교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벨마비의 특별한 예방법은 없으나, 피로나 스트레스 등 전반적인 신체의 컨디션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평소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 등 건강관리를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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