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지의 미술로 보는 마음이야기] 행복을 찾아서

그간 연재 된 칼럼들을 훑어보며 다음은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마음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다소 무거운 느낌의 글들이 많았다. 아픈 마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고민하는 끝자락엔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행복을 느끼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수지 미술심리치료연구소 대표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떤 이에게는 안락한 집과 따뜻한 음식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백화점에 걸려있는 명품 가방일 수도 있다. 행복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라 하나의 의미로 정의 내릴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 나름의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자. 간단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그려보자. 짧은 순간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필자도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여러 생각을 떠올려봤다. 행복한 가정, 신체적·정신적 건강, 경제적 능력 등등 다양한 정의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진정으로 와 닿는 무언가가 없었다. 그것들이 나의 행복이라기보다는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던 중, 8살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행복이 뭘까? 넌 언제 가장 행복하니?”

“모르겠어요.” 가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너무 추상적인 개념일 수 있기 때문에, 질문을 구체적으로 던져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가장 행복했던 날을 떠올려 보자.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어?”


아이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오늘 정말 맛있는 귤을 먹었거든요! 그때 가장 행복했어요!” 귤이라니.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아이의 표정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미술치료를 할 때 만났던 아이들의 대답도 비슷했다. 엄마가 나를 보고 웃어줄 때, 칭찬 받았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등등 즉각적이고 본능적으로 행복감이 느껴지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 정수지 대표 제공.


“오늘 먹었던 맛있는 귤”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생각해보았다. 오늘이라는 단어도 필자에겐 매우 크게 다가왔다.


흔히 행복을 생각할 때, 까마득한 과거나 먼 미래를 떠올렸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오늘’ 나는 언제 행복감을 느꼈는가?


질문을 달리하여 묻자, 의외로 단순한 행동들이 주었던 행복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오늘 아침 마셨던 따뜻한 커피도 나에게 충만함을 선사하였고, 예쁜 촛불도 나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관점의 전환이 이루어지자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던 나의 하루가 꽤 행복하게 느껴졌다.

오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답이 떠오르는 순간, 나의 표정변화와 정서적인 충만감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만약,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일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고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기대해볼 만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