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 힘 받는다…행정법원, “리얼돌, 여성 존엄성 훼손 아냐”

지난 2019년 여성의 신체를 본 떠 만든 성인용품인 ‘리얼돌’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최근 성인용품 제조·수입판매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 리얼돌. 바나나몰 제공

A사는 지난해 1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면서 김포공항세관에 수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세관 측은 구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A사 측은 “관세법상 처분 사유 없이 사람 형상과 흡사한 성기구의 통관 허용 여부에 관한 기존의 법원 판결에도 어긋나는 처분을 했으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A사 손을 들어줬다.


▲ 리얼돌. 바나나몰 제공

재판부는 “성기구는 신체접촉을 대신해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사용되는 도구로서, 필연적으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구현할 수밖에 없다”며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성기 등의 표현이 다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세청은 다소 조잡한 신체 형상의 성기구 수입을 허용하고 있고, 우리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되어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헌법재판소 판결을 인용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6월 또 다른 성인용품 수입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내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대법원 판결을 받은 리얼돌 외 나머지에 대해서는 수입 통관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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