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학생 둘이 손잡고 들어온다. 그냥 보기에도 1학년 티가 줄줄 흐른다.“선생님, 내 친구가 다쳤어요!” 큰소리로 외친다.손등을 연필에 찍혀서 왔다며 다친 친구는 말이 없는데 데려온 친구가 재잘재잘 열심히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내 친구가 무서워할까
어느 날은 2학년 남자아이가 보건실을 방문했다. 경골 부위(정강이)가 넓게 피부가 벗겨진데다 피도 나며 울긋불긋 멍까지 보였다.모양을 보아하니 계단에서 넘어지며 부딪힌 뒤 밑으로 밀려 내려가며 깎인 상처였다. 정강이 부위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픈 부위인데, ‘아
보건실에는 ‘기어이 아프다고 확인받기’가 목적인 아이들이 종종 온다.“친구랑 놀다 손목이 꺾였어요.”그래? 어떻게 꺾였는지 자세히 좀 말해볼래? 하면,“이러~~엏~게요!” 하며 방금 다쳤다고 말한 사실은 까마득히 잊고 다쳤다는 그 손목을 열심히 꺾어가며 설명한다. 그것
오늘은 1학년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의 인도 하에 학교의 이곳저곳을 돌며 장소를 익히는 날이었다.“얘들아 잘 봐! 여기가 아플 때 오는 보건실이에요! 보건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귀여운 병아리들이 합창을 한다. “안녕하세요오~~~” 어흑… 이쁜 녀석들 같으니라고! 병아리
아직 추운 2월이었는데도 나는 벌써 봄이 올 낌새를 코끝에서 느끼고 있었다.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도 피어나는 강렬한 봄의 기억, 아니 몸의 반응이 오래 전의 그 봄을 또 소환하는 것이다. 학교 졸업을 앞둔 파릇한 간호대학생이 취업을 위해 호기롭게 넘던 신촌의
드레싱을 끝냈다. 보건일지에 적으며 묻는다.“몇 학년 몇 반이야?”“네~ 2학년 3반이요”“응~ 2학년 3반?”“아뇨 2학년 3반이요!”“그래 2학년 3반!”“아니요~ 2학년이라니까!”서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결국 종이에 적어보도록 했다. ‘1학년 3반’으로 적혀있다.
수 년 전, 이 학교에 처음 부임하였을 때 일이다.갑자기 웬 키 큰 남학생이 미닫이 문이 열렸다 다시 닫힐 정도로 세차게 보건실 문을 열더니 도포 자락(셔츠 단추를 풀어 헤친 나름의 멋 부림)을 휘날리고 들어서며 하는 말,“선생님! 진통제 좀 주세요!” ▲ 박희진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