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샘´s Diary] 엄마가 무서워요

어느 날은 2학년 남자아이가 보건실을 방문했다. 경골 부위(정강이)가 넓게 피부가 벗겨진데다 피도 나며 울긋불긋 멍까지 보였다.모양을 보아하니 계단에서 넘어지며 부딪힌 뒤 밑으로 밀려 내려가며 깎인 상처였다.


정강이 부위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픈 부위인데, ‘아이쿠야~ 이 정도면 많이 아팠겠네, 쯔쯔…’ 멀티 스캔을 하며 드레싱 침대에 앉히고 어떻게 다쳤는지 물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어제 다쳤다고 말한다.


▲ 박희진 서울지향초등학교 보건교사


“어머, 어제라구? 이거 방금 다친 거 아니니?”

하지만 학생은 계속 어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제는 언제 다친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2학년 아이들이 보여주는 상처에 대한 일반적 반응범위를 벗어난, 더욱이 저리 심하게 다쳤는데도 울기는커녕 땀을 흘리며 숨기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얘야, 선생님은 상처를 보면 언제 다쳤는지 다 알 수 있어, 이거 좀 전에 다친 건데? 정확히 말해야 해, 그래야 치료에 도움이 돼”
“….”

몇 번에 걸친 대화 끝에 겨우, 방금 다쳐서 온 것이라는 인정을 받아낸다.

그 상황을 만든 이유는 어이없게도 ‘엄마가 너무 무서워서’였다. 평소에 다치면 엄마한테 많이 혼나서 오늘도 혼날까 봐 너무 무서웠고, 이미 지나간 일처럼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말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어린아이가 통증에도 불구하고 울지도 않고 땀만 흘리며 혼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덴 다친 곳 없니?” 물으며 여기저기 몸을 살폈고 유도 질문으로 가정에서의 상황들을 파악해보았으나, 다행히 걱정할 만한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얘야, 엄마는 네가 다치는 게 너무 속상해서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지, 너를 혼내는 게 목적이 아니야, 다치면 엄마가 제일 속상하지. 많이 아팠겠네~” 하며 집에 가서 꼭 엄마에게 보여드릴 것을 교육하고 드레싱을 끝냈다.

그 아이는 그날 혼났을까?

아동학대가 연일 터지며 마음을 상하게 하는 요즈음, 아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대하는 태도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살피는 일이 이젠 일상화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 아이가 성인이 되고 다시 어여쁜 아이를 낳아 기르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사랑과 정성이 필요한 일일 것인데.

아니 어쩌면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한 아이를 잘 돌보기만이라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부모가 해야 할 일생일대 최대의 과업일지도 모른다.

날로 흉악해지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도 살펴보면 결국 성장 과정에서의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가족이 있어야 함을 너무나 잘 알기에, 우리는 더더욱 부모로서의 자격이 무엇인지 무겁게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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