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지의 미술로 보는 마음이야기] 상담을 받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까요?

최근 주변에서 미술치료 상담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가장 흔히 묻는 질문은 ‘어느 상담소에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우선,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상담사의 전문성’이다. 기본적으로 미술치료사가 어떠한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 정수지 미술심리치료 연구소 대표


미술치료는 심리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치료사는 이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이론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미술치료 과정은 석사이상의 대학원 과정에 개설돼 있으며, 기본적인 심리에 대한 이해와 미술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돼야한다.

필자가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치료사의 이론과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내담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심리를 다루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이 결여됐거나 부족할 때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마음이 아파 찾아온 내담자들의 마음을 더욱 곪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어설픈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내담자의 그림을 함부로 해석하거나 무리한 접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내담자의 표정이나 몸짓,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지 못하고 그림의 외형적인 부분이나, 색채사용만으로 무리한 해석을 내놓거나, 아직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혹은 신뢰관계인 ‘라포’ 형성이 되기 전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등의 행위이다.

이는 단기적,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치료사의 전문성의 검증 이후에 확인해야할 부분은, ‘사람 자체’다. 필자는 사람이 풍기는 인상이나, 표정, 몸짓, 어투 등의 비언어적인 부분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 만났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신뢰가 가는지 등을 느낌으로 고려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고려해야할 부분은 치료사의 ‘윤리성’이다. 미술치료는 철저하게 내담자의 신상을 보호해야 한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윤리적인 이해의 부족 때문에 내담자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상담 중에 이뤄졌던 대화의 내용 뿐 아니라 그림에도 해당된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미술치료사들은 상담에 앞서 개인정보 동의서 등의 서류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할 부분은 ‘상담 받는 곳의 위치와 분위기’다. 집에서 지나치게 먼 곳은 상담 진행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상담의 경우 자택과의 거리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상담소의 분위기가 미술을 하기에 적합한지,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지, 나의 안위를 보호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나와 맞는 곳이 정해졌다면,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기적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회복을 위해 나아가는 여정이 시작됐다는 희망과 느긋함을 가지고 치료에 임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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