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수술 아닌 ‘관리’도 고려할 때

치질은 미용목적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수술에 속한다. 부동의 1위는 백내장이다.

치질의 한 해 환자 수는 많이 다르지만, 가장 최근 조사에 의하면 60만 명이 넘는 숫자가 치질 문제로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 수술로 이어지는 건수는 16만을 넘어, 25%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 나영철 여기한방병원 병원장  


치질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 수술 시간이 짧다. 수술 후 안정을 취한 뒤 실생활로 돌아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한 달여 정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수술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다. 1~2주 사이에 극심한 통증, 항문이 좁아지거나 변형될 가능성, 대변이 흘러나오거나 괄약근 힘이 잘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빨리 수술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수술에 대한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나 높다는 것이다.

미주, 유럽권 등이 치질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평균 10%가 채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수술 비중은 꽤나 높은 편이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치질 수술 자체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질에 걸리면 수술을 받는다는 것이 보통 일반인들의 인식이다.

그렇다면 과연 치질은 꼭 수술로만 치료를 하는 질병인 것인가?

필자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치질은 파피루스 기록에도 있고, 히포크라테스도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고, 나폴레옹도 걸렸던 아주 오래된 생활 질병이다. 한의학에서는 예전부터 치질 치료를 한방 치료로 행해왔으며, 많은 한의원들이 독자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왔다.

그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는 비수술 요법으로 치질을 치료한다. 치질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논리는 이 병의 핵심을 파악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치질은 치루, 치열, 치핵 등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지만, 대부분은 배변 시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치핵의 이상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치핵과 항문 주변에는 미세혈관들이 많아 매우 섬세하다.

치핵이 어떤 이유로 제 위치에 있지 않고, 상처를 입고, 붓기가 생겨 점차 밑으로 이동하고 끝내 항문 밖에 몸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되는 것이 치질의 핵심인 치핵의 증상이다.

이러한 연유로 치핵과 주변을 정상화하고, 붓기를 잡으면, 치핵은 원래대로의 위치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방 치료의 핵심이다.

필자도 현장에서 좌약식 약재와 온열치료를 통해 환자들의 치질 치료를 하고 있다. 물론 수술 같은 것은 없었고, 많은 완화 사례를 가지고 있다. 치료 비용도 경제적이다. 수술이 아니라서 후유증도 거의 없다.

치질을 치료하는 한의원들도 저마다의 노하우와 방법이 있다. 빨리 치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수술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환자의 여러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수술을 결정했느냐이다.

치질 수술의 목적이 단순히 ‘신속함’에 있는지는 한번 즈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술 후 완쾌되는 시점까지를 생각한다면 환자 입장에서의 빠름이 빠름이 아닐 수 있다.

치질 환자들도 치질이 꼭 수술로 치료되는 병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끄러운 병도 아니다. 아픔의 고통이 너무 오래되고, 민망함과 창피함 때문에 치료 시점을 놓쳐 병원에서 수술을 권하면 그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게 정답이 아니다.

방법은 다양하고 환자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 끝으로 필자는 치질 환자들을 위해 최상의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를 양·한방이 함께 토론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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