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한의학에서 본 온열질환, ‘서병(暑病)’

온열질환은 고온의 환경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여름철 질환으로 증상에 따라 열경련(heat cramp), 일사병(Heat exhaustion), 열사병(Heat stroke)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열경련은 신체가 무더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일사병은 땀을 과도하게 흘려 전해질, 영양분의 손실이 일어나서 무력감, 현기증, 두통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열사병은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직장(直腸) 내 온도가 41.1°C이상으로 상승하고, 땀이 거의 나지 않거나 매우 적게 나는 상태인 무한증, 건조하고 붉은 피부, 의식의 장애 등을 특징으로 하는 내과적 응급질환이다.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체온을 내려주기 위해 옷을 벗기고 시원한 바람을 쐬게 하거나 분무기 등을 사용해서 물을 뿌려주며, 겨드랑이 부위에 아이스팩을 대는 것이 좋다. 환자의 의식이 없을 경우 기도유지와 호흡보조를 해주면서 신속히 의료기관으로 옮겨야 한다.

한의학에서 온열질환은 서병(暑病)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서병은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 과도하게 땀을 배출해 발병하는 여름철 발열성 질환을 모두 일컫는다.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인체의 생리적 기능이 변화되어 서병의 발생이 빈발할 수 있다.

서병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몸에서 열이 나는 것, 얼굴에 때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땀이 나는 것, 등이 시리며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 몸이 나른해지면서 기운이 없고 오한 혹은 머리가 아픈 것, 구토 설사가 심하며 팔다리가 싸늘한 것 등이다.


서병은 조금만 피로해도 열이 나며 땀을 내면 오한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증상이 심할 경우 숨이 끊어지는 것 같으며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서병은 발생 원인에 따라 음서(陰暑)와 양서(陽暑)로 구분되며 손상된 부위에 따라 모서(冒暑)와 상서(傷暑)로 나뉘고 증상에 따라 중서(中暑)와 서풍(暑風)으로 구분된다.

음서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차가운 환경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에 발생하며, 양서는 고온의 환경에 오래 노출된 경우에 발생한다. 상서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근육이 손상된 것이며, 모서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어 위와 대장이 손상된 것을 말한다.

중서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어 정신을 잃는 증상을 의미하고, 서풍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어 마치 중풍(中風)처럼 정신을 잃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증상을 의미한다.

한의학적으로 서병의 치료는 고온다습한 환경 속에서 저하된 면역력을 보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여름철의 면역력을 보강하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생맥산(生脈散)이 있다. 서병 중에서 중서로 인해 정신을 잃은 경우에는 환자를 그늘지고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휴식을 취하게 하고 충분한 수분을 공급한다.


그리고 음서는 차가운 환경에 노출된 경우이기에 몸의 찬 기운을 해소하는 약재를 활용하여 치료하며, 양서는 체내의 열을 해소하는 약재를 활용하여 치료한다. 모서는 약해진 위와 대장의 치료를 위주로 하며, 상서는 근육의 손상 치료를 목표로 한다. 서풍의 경우에는 신경계 손상을 치료하는 것을 위주로 한다.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다.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특히 지나친 일광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물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온열질환의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평소 소화기능이 약하거나 기저질환 등으로 인해 몸의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일 경우 고온다습한 환경에 취약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차가운 환경(에어컨, 선풍기 등)에 오래 노출되는 것과 찬 음식이나 음료 등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카페인과 알코올의 섭취는 줄이고, 과로나 스트레스 등도 몸의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사상의학에서 소양인은 열이 쉽게 발생하는 특성이 있으며, 태음인은 노폐물이 쉽게 쌓이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소양인과 태음인의 경우 고온 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될 경우 중서나 서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소음인은 소화기가 약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찬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기 장애가 나타나기 쉬우므로 여름철에는 따뜻한 음식 위주로 섭취하고 고온다습한 환경을 피하는 것이 좋다. 태양인은 몸의 수분손실로 인해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평소 충분한 수분섭취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