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 병의 날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돌프 히틀러,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무하마드 알리는 파킨슨 병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파킨슨병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노년층 파킨슨병 환자는 최근 5년간 15%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렇게 파킨슨병은 더 이상 생소한 질환이 아니지만 여전히 ‘파킨슨병=손떨림’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손이 떨리면 파킨슨병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이 손떨림이 맞지만 파킨슨병에서의 손떨림은 특징이 있으며, 떨림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여러 운동 증상들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파킨슨병의 손떨림은 ‘안정시 떨림’이다. 글씨 쓰기, 수저 들기 등 손을 사용할 때 떨리는 것이 아니라 TV 시청, 이야기 나누기, 보행 등 다른 일에 집중할 때 의도와 관계없이 손이 떨린다. 그래서 본인은 떨림을 인지하지 못하고 함께 있는 상대가 손떨림을 지적하는 경우도 많다. 손떨림은 보통 한쪽에서 시작하여 병이 진행하면 반대쪽에서 나타날 수 있다. 비슷하게 다리가 떨릴 수도 있고 입술이나 턱 등 얼굴에도 떨림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대표적인 증상이 ‘동작의 느려짐’ 이다. 이 증상도 한쪽에서 시작해서 반대쪽으로 진행된다. 점차 진행하면서 슬로우 비디오를 찍는 듯 전반적으로 동작이 느려지는 모습이 관찰되며, 심하게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정상적인 노화에서도 동작이 둔해지고 느려지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다. 걸을 때 자연스럽게 보이는 팔의 흔들림이 유난히 줄어들지는 않았는지 관찰해보거나 함께 생활하는 비슷한 연배의 배우자와 움직임의 속도를 비교를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번째로는 몸이 전반적으로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관절의 문제가 아니라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되면서 목이나 어깨, 팔, 무릎 등 관절을 움직일 때 부드럽지 못하고 뻣뻣한 느낌을 받게 된다.
병이 점차 진행되면서 앞서 말한 떨림, 느려짐, 뻣뻣해짐과 함께 보행장애가 나타난다. 보행장애 초기에는 보폭이 좁고 다리를 끌면서 아장아장 아이가 걷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한쪽 또는 양쪽 팔이 보행 시에 몸에 붙은듯 흔들림이 줄어들고 점차 느려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와 관계없이 종종걸음을 하는 모습이 보일 수 있으며 그러다가 앞으로 넘어질 듯한 보행을 하기도 한다. 실제 넘어지는 일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그 외에도 얼굴 표정이 줄어들어 화가 나고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이 되고, 목소리가 작아지며 발음이 어눌해질 수 있다.
물론 파킨슨병 환자에서 이런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모두 보이기도 하고 일부만 보이기도 하고, 양상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 속도와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증상은 진행한다. 왜냐하면 파킨슨병은 우리 몸의 도파민의 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퇴행성 질환이 대부분 그렇듯 완치가 어려우나, 조기에 진단해 증상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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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여진 소중한메디케어 신경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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