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샘´s Diary’] 그냥…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파요.

학교 보건실은 어떤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제일 편안하다고 여겨지는 곳 중 한 곳이다. 교실에서 어딘가 불편하다는 기분이 들면 보건실에 와서 확인을 받아야 마음을 놓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일단 자신이 무엇인가 편하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나서 보건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안심하는 것이다.


▲ 최경수 등마초등학교 보건교사


여기에는 신체적 불편함뿐 아니라 정서적, 정신적 문제인 경우도 많다. 보건실을 방문하는 아이들 중에는 학교 적응이나 친구 관계, 부모와의 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이런 정서적인 문제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보건실에 자주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두 가지 경우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정말 몸이 불편해서 오는 경우이다. 감기, 소화불량 등 신체적인 문제로 몸이 불편하여 처치를 받고 안정을 찾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해서 보건실을 방문하는 학생들이다. 이런 경우 보건실을 자주 방문하는데 신체적 증상이 매일 달라진다. 며칠 전에는 ‘머리가 아파요.’, 어제는 ‘배가 아파요.’, 오늘은 ‘다리가 쑤셔요.’ 등등의 매일 다른,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 정말 아파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저것 물어보며 아이를 관찰해보면 상관관계가 없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정서적인 문제구나라는 판단을 하고 학생에게 접근한다.


얼굴이 낯선 초5 남학생 한 명이 자주 보건실에 왔었다. 이 남학생은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3년간 지내다가 내가 있던 학교로 전입한 경우이다. 11월 쯤 이었으니 2학기가 한참 지난 후였다. 이 때는 같은 학급 내에 다른 친구들은 이미 그룹 형성이 되어 전학을 온 친구는 원래 있던 그룹에 끼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남학생도 마찬가지로 친구 관계가 힘들어 매일 보건실에 방문하였다. 복통과 두통의 증상이 번갈아가며 있었다. 보건실에서 안정을 취하게 해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교실로 가도록 권유하면 편안한 얼굴에서 갑자기 아프다며 찡그려지는 얼굴로 바뀌었다.


담임교사에게 이 학생에 대해 문의하니 교실에서 함께 다니는 친구가 없어 좀 걱정이 되었다고 하셨다. 부모님께도 물어보니 가정에서는 특별히 아프다는 증상이 없지만, 학교 가기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 학생과 정서적인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니 외국에서 전학을 와서 친구가 없어 모둠활동이 많은 교실에서 혼자 떠도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담임선생님에게 이 학생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담임교사가 반 친구들 중 학생과 잘 맞을 만한 친구와 짝을 맺어주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활동 참여를 유도해 주셨다. 그런지 얼마 후 그 남학생은 보건실 방문이 정말 뜸해졌고, 보건실 방문할 때는 정말 몸이 아프거나 다쳐서 신체적인 문제가 발생한 경우로 바뀌게 되었다. 나중에 이 남학생에게 슬쩍 물어보니 이제는 친구가 생겨서 학교가 재미있다고 말해주었다. 얼굴 표정도 확실히 편해지고 안정감도 있어 보여 다행이었다.


보건실에 오는 아이들의 30% 정도는 몸이 아프다기보다 마음이 불편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마음이 아프고 불편한 이유는 다양하다. 나에게 이 아이들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무엇이 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하루하루 아이들과의 시간이 쌓여갈수록 나의 이런 능력이 날로 발전해 가길 마음속으로 바라본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