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승리호’ 송중기 “다같이 잘사는 게 ‘승리’…가치관에 공감했죠”

코로나19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넷플릭스행을 택한 ’승리호’로서는 확실히 기쁜 소식이다. 그러면서도 송중기는 “해외 반응을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유일하게 해외 스태프들에게 오는 문자가 반가운 증거라고도 했다.


“사실 해외 반응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기사 보고서야 이게 사실이구나 와닿았죠. 개인적으로는 최근 며칠 동안 해외에 사는 친구들이나 스태프들이 연락을 많이 해줬어요. 작년에 콜럼비아에서 찍던 영화 ‘보고타’ 스태프들이 인증샷도 보내주고요. 영국에서도 오고, 다양한 국가에서 연락이 오는 걸 보면서 시대가 좀 변했구나 싶기는 해요. 감지덕지하고요. 이렇게 넷플릭스에서 전세계인들이 같이 볼 수 있는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 영화 ‘승리호’에서 주인공 ‘태호’ 역으로 출연한 배우 송중기. 넷플릭스 제공

국내 최초의 우주 SF 블록버스터다보니 주변에서조차 제작 소식을 듣고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오히려 송중기는 의연했다. 그는 “CG 촬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면서 조성희 감독에게 믿음을 드러냈다. 그와는 이미 한 차례 ‘늑대소년(2012)’을 함께 작업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었다.


“CG 작업은 처음 해보는 게 아니었고 요즘 워낙 VFX 스태프들과 협의하면서 찍는 테크닉이 보편화 돼있어서 전부터 걱정하진 않았어요. 물론 현장에서 아무것도 없는데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실제로 해보니 쉽지는 않았죠. 업동이 해진이 형이랑 찍을 때는 같이 한번 하고, CG용으로 없이 한번 이렇게 반복해서 찍었는데 확실히 있을 땐 편해요. 없으니까 동선도 타이밍도 조금씩 까먹고 혼란스럽긴 했죠. 가장 어려웠던 건 아무래도 우주를 유영하는 장면. 스태프들도 처음하는 거여서 걱정을 약간 했어요. 그래도 워낙 준비를 철저히 했고요.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테스트했던 게 그 장면들이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도 다른 팀들에게 어떻게 했냐고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장르 자체도 도전인데,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개봉도 두 차례나 연기됐다. 작품의 주역으로서 가장 안타까웠을 법 하지만, 송중기는 “과연 제가 가장 안타까웠겠나”라며 이 영화를 제작하고, 기다린 모두의 마음이 똑같았음을 상기시켰다.


“저도 저지만, 직접 제작, 투자하신 분들이 더 그랬을 수 있고 관객들도 기다리신 분들은 마음이 타셨을 거예요. 다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크게 마음이 흔들리진 않았어요. 그런가보다 하려고 했고 미뤄진단 결론이 나왔는데 아쉬워해봤자 의미도 없죠. 연연하지 않으려 했어요. 이렇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고서는, 지금 개봉을 못하고 있는 작품도 많다고 하니까요. 그것만해도 감지덕지예요.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대중과 소통하는게 최고의 가치인데 어쨌든 저희는 만났잖아요. 지금같은 전례없는 상황에서 감사한 일이죠.”


▲ 영화 ‘승리호’에서 주인공 ‘태호’ 역으로 출연한 배우 송중기. 넷플릭스 제공

극중 송중기는 태호 역을 맡아 처음으로 아버지의 마음을 캐릭터에 녹여냈다. 태호는 딸로 기르던 순이 때문에 인류의 새 보금자리 UTX에서 쫓겨나고 모든 것을 잃는다. 결국은 딸까지도 잃어버리는 아버지의 심정에 얼마나, 어떻게 공감했을지 궁금했다.


“제작진은 ‘아버지 역이라 할까?’ 생각하셨대요. 저는 아버지라 고민한 건 전혀 없어요. 다만 과연 관객분들이 배우 송중기가 이걸 하는 걸 받아들여주실까 고민은 됐어요. 어쨌든 처음이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죠. 실제로 자식을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 상상에 의존해야 했어요. 감히 접근할 수는 없겠지만 그 느낌에 가까이 가고 싶어서 다큐멘터리나 영상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죠. 보고 많이 울기도 했고요. 간접적으로 그런 걸 보면서 접근해 나갔죠. 시나리오만 보고도 자녀를 키우는 분들이 우셨다는 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겠구나 생각도 했고요.”

한국형 우주 SF라는 수식어처럼, ‘승리호’에는 여느 해외 영화와는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 우주 쓰레기선 '승리호'의 대원들은 전혀 서로에게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처럼 함께 식사한다. 돈만 밝히는 속물처럼 보이는 태호와 장선장(김태리)은 누구보다 속에 깊은 슬픔이나 절망, 정의감을 지닌 캐릭터이기도 했다. 화려한 액션 이면에 한국식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는 감상을 누구나 받는 이유다.


“말 그대로 태호는 표면적으로만 돈을 밝히죠. 실제로는 더 중요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이에요. 저 역시도 그렇게 살아가려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제 실제 모습을 꺼내 표현하려고도 했었죠. 감독님이 우리랑 얘기할 땐 그런 멋있는 얘길 안하시고. 인터뷰에서 ‘승리호’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가, 승리라는 단어가 뭔지 많이 생각해보셨대요.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고, 해하는 게 승리가 아닌 것 같다. 다 같이 잘 사는 게 승리 아니냐는 거예요. 참 와닿고 감탄했어요. 그런 신념과 가치관에 저도 공감하고 멋있어 보여요. 돈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향해 살아가야 하는 거겠죠. 그래서 휴머니즘이란 얘기도 해주신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걸 좋아하고요. 기본적으로 가치관이 잘 맞아서 감독님과 두 편이나 작품을 한 것 같아요.”


‘승리호’가 송중기에게 의외의 선택인 이유는 또 있다. 한국 최초의 낯선 장르라는 점도 그렇지만, 극중 인물들에게선 로맨스 무드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로코킹’으로 승승장구했던 그이기에 ‘안전하지 않은 선택’이 아니냐고 누군가는 물을 법 하다. 하지만 송중기는 예상을 비껴간 답변을 했고, 그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김태리씨가 로맨스가 전혀 없고 쿨해서 이 시나리오가 좋았다고 어딘가에서 말한 것 같아요. 하하. 사실 안전한 혹은 위험한 선택의 기준을 정확히 모르겠어요. 어떤 작품이든 결과는 아무도 몰라요. 끌리지 않는 것보단 끌리는 걸 하는 게 성격상 안전한 선택이에요. 의미있는 선택을 하는 걸 사실 그렇게 선호하지도 않죠. 깊이있는 작업을 일부러 하는, 그릇이 큰 사람이 못돼요. 안하고서 대박난 작품도 있었죠. 그치만 안끌린 걸 어떡하나요. 그런 의미에서 후회가 되지는 않아요. 지금껏 택한 작품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어요. 물론 막막해서 답이 안보인 적도 있었죠. 그래도 막상 하고나면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어요. 대중이 선호하는 작품도 사실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A로 갔는데 B로 보시는 경우도 많았죠. 그런 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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