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에서는 안경 착용이 대중화된 계기까지 이야기 했습니다. 안경의 역사 마지막 편, 시작하겠습니다.
5. 한국의 안경 역사
안경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역사 기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16세기 후반 임진왜란 직전에 우리나라로 안경이 전해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조선 중기의 정치가이자 동인 계열의 한 사람이었던 김성일(1538~1593)이 1590년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일본에 파견되었을 때, 안경을 처음 착용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Fig. 5). 일본의 조선 침공 가능성을 축소해서 보고했다는 오명을 쓴 역사적 인물이기는 하지만, 안경의 역사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공식 기록인 셈입니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1762-1836)과 매천 황현(1855~1910)이 안경을 착용한 초상화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Fig. 5). 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1754~1822)이 그린 풍속화 “밀희투전”에도 안경을 쓴 채 투전을 즐기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Fig. 5).
조선왕조실록에서, 조선 후기 숙종과 정조가 안경을 썼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영조도 눈이 나빴다는 기록으로 봐서는, 숙종 때부터 영조, 정조로 내려오는 근시 가족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사이에 있는 사도세자는 안경을 착용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안경은 양반층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사치품 혹은 장식품으로 생각하였던 것 같습니다. 가격 면에서도 물론 비쌌던 것으로 추측되며, 안경을 쓰는 예법도 중요시 여겼다고 합니다.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는 안경을 벗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았으며, 정조도 어전 회의에서는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양반들은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한 안경집을 허리에 차고 다니면서,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했다고 합니다 (Fig.5).
6. 맺음말
요즘 인터넷에 “인류의 10대 발명품”, “인류 최고의 100대 발명품”이라는 내용의 글이 가끔 올라옵니다. 수레바퀴, 문자, 종이, 역법(달력), 시계 등은 항상 포함되는 물건들입니다. 그 중 유리와 렌즈도 인류의 훌륭한 발명품 중 하나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인간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고, 굴절 이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시력 개선이라는 행복을 선사해 준 물건이기도 합니다.
이제 현대인들에게는 안경이 단지 굴절 이상에 대한 치료 목적이 아닌 패션의 일부로서 사용되는 경우도 많으며, 도수가 들어가지 않은 안경, 심지어는 안경알이 없는 안경까지 착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안경과 우리가 매일 처방하는 안경처방전. 하지만 이 안경 속에도 인류를 관통하는 역사가 스며들어 있으며, 시력 개선과 안경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 사람들의 열정이 숨어 있다는 생각을 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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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진 김안과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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