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지의 미술로 보는 마음이야기] 지친 엄마들을 위하여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아이들의 등원이 들쑥날쑥해졌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부모들의 육아부담이 커졌다. ‘나 좀 잠시만 내버려둬…’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빈번해지는 게 현실이다.


▲ 정수지 미술심리치료 연구소 대표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점점 짜증과 화로 대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책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부족한 엄마인가? 나는 나쁜 엄마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엄마는 나쁜 엄마인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아이들의 요구에 응하며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그 누구라도 화가 날 것이다. 그러므로, 본인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분노라는 것은 어쩌면 버거워하는 자신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주는 감정이다. 즉, 화는 일종의 생존을 위한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분노를 느끼는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건설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세월 동안 엄마의 이미지는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인내하는 것이었다. 현대사회에 접어들며 진취적인 여성으로의 모습이 부각된 것이 사실이나, 여전히 우리는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여성들은 흔히 임신 전부터 고정된 사회적 통념에 의해 압박을 느낀다.

또한, 출산과정에서의 자율성 침해, 육아에서 겪게 되는 좌절과 분노는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의 일부이고 현실이다.

엄마가 돼가는 과정은 여성들에게 있어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온다.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출산과 육아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위축도 불러온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엄마들의 상실감이나 좌절감을 공감해주고 보듬어 주기 보다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위한 좋은 엄마의 모습을 갖추는 것부터 요구한다.

어떤 것이 먼저일까?

▲ 그림1

그림은 출산 후 한 시간마다 깨는 아이에게 시달리던 엄마가 그린 익사 하는 자신의 모습이다. 엄마의 형상은 무채색이고 절규하고 있는 표정인 반면, 엄마 품의 아이는 웃고 있으며 파란색 천에 에워싸여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대조되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이 현실인 걸까?

나풀거리는 다리처럼 엄마는 출산과 육아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필자는 이것이 아주 솔직한 엄마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절규하고 있지만 아이를 품에 안고 지키는 모습. 여기서 누군가 엄마를 조금만 도와준다면 엄마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조력자로서의 남편, 가족, 그리고 사회적 제도 등일 것이다.

유학시절 유독 서양권 엄마들이 아이를 더 편하게 키운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니,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부모들 또한 ‘놀이’, 즉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수영장에서 아이에게 끌려 다니기 보다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즐기고, 아이는 스스로 노는 법을 터득하게 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육아의 현실은 냉정하다, 엄마 혼자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이 육아다. 그러므로 외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받아야 한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붙어있고 바깥바람을 쐬기 어려운 엄마들을 위해 남편들은 아내에게 단 30분만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줘야할 것이고, 주변 가족들도 가능하다면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엄마들 또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잠시 아이는 스스로 놀게 놓아두고 따뜻한 커피를 끝까지 마신다거나, 원하는 노래를 크게 한번 듣는다거나, 그림을 그려보자. 자신에게 시간을 잠시 투자한다고 해서 나쁜 엄마일까? 짧은 시간이라도 나의 부정적인 정서를 감소시켜 줄 수 있다면, 이는 나와 아이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시행착오는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겪는 일일 것이다. 나를 믿고 아이를 믿고 지친 마음을 보듬어 주는 시간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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