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여름철 과일과 한의학 2편: 수박

수박은 대표적인 여름 과일로 박목 박과의 쌍떡잎식물이다. 수박은 오래 전부터 인류가 재배한 과일로, 4000년 전 이집트의 벽화에 수박 재배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다.


수박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는데 그 중 유력한 것은 남아프리카에서 재배된 수박이 현대 수박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현재 재배되는 수박의 기원이 북동 아프리카 수단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어 수박의 정확한 기원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수박은 중앙아시아의 터키계 민족에 의해서 중국에 11세기경 전래됐다. 중국에서 수박은 서역에서 전래되었다는 의미의 서과(西瓜),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수과(水瓜), 시원하고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한과(寒瓜), 여름의 귀한 과일이라는 의미의 하과(夏瓜)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박은 고려시대 무렵에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으며, 연산군 실록(1502)에 수박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15세기 말경 수박의 재배와 이용이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박은 맛이 달고 성질이 차가워서 열을 내리고 더위를 가시게 하며 갈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리고 시트룰린이 함유되어 있어 이뇨작용이 있으며, 칼륨의 함량이 높아 나트륨 배설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 수박은 여름철에 더위를 먹은 증상, 심한 갈증, 고열에 의한 체액 분비 장애, 구내염, 인후염 등의 치료에 활용된다. 그 외에도 열이 심하여 발생한 정서 불안과 초조, 불면 등에 수박즙을 복용하여 치료한다.

또한 수박의 뿌리와 잎, 껍질, 씨앗 및 씨앗의 껍질 등도 약재로 활용됐다. 수박의 잎과 뿌리는 심한 설사, 이질 등의 치료에 쓰인다. 수박 껍질은 속의 부드러운 부분을 긁어내고 깨끗이 씻어 말려 사용한다. 수박 껍질은 열을 내리고 갈증을 멎게 하며 이뇨 작용이 있어서 부종, 당뇨, 황달 등에 활용된다. 수박의 껍질과 망초라는 약재를 혼합하여 만든 백색 결정인 서과상(西瓜霜)은 맛이 매우 맵고 차가운 성질이 있어서 예로부터 인후염, 구내염, 오래된 기침의 치료에 쓰였다.

수박 씨앗의 껍질은 토혈과 장의 염증으로 인한 출혈을 치료하는데 활용돼왔다. 껍질을 제거한 수박의 씨앗은 폐의 염증을 치료하고 장을 촉촉하게 하며, 갈증을 멎게 하고, 몸의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오래된 기침을 치료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최근의 연구를 살펴보면 수박에 항균, 미백, 항염 등의 효과가 있으며, 그 중 수박의 껍질에는 미백과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수박씨에는 항균, 미백, 항염의 효과가 있으며, 수박 줄기와 잎 또한 항균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사상의학 관점에서 수박은 몸의 에너지가 항진되기 쉬운 소양인에 좋은 과일이다. 하지만 소양인도 소화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음인의 경우 에너지가 저하되어 몸이 쉽게 차가워 질 수 있으므로 차가운 성질의 수박을 자주 섭취하는 것은 소화기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수박은 칼륨의 함량이 높기에 신장의 기능이 저하된 신부전 환자는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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