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아빠의 캥거루 육아] 아이가 무언가를 삼킨 것 같아요

아이가 6개월이 넘어가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다 입으로 가져가려는 양상을 보입니다. 세상탐구를 입을 통해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 시기에는 이가 완전히 나오지 않았으므로 잘 씹지 못할 수 있고, 또한 입에 머금고 있다가 깜짝 놀라며 그냥 삼킬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날카롭거나 모나지 않았으며 크기가 작은 부드러운 물질이 식도로 넘어갔다면 별 탈 없이 항문으로 배출이 될 수 있습니다.


▲ 김용범 조이병원 원장


그렇지만, 그것이 기도쪽으로 넘어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사고는 특이한 물건에 의한 것만은 아닙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도 이러한 사고를 일으키게 됩니다. 땅콩, 포도, 단추 등이 기도로 넘어가서 응급실에 실려 오는 가장 흔한 원인 물질이 됩니다. 그밖에 옥수수, 젤리, 볼펜뚜껑(그래서 요즘 볼펜 뚜껑은 기도에 걸려도 숨을 쉴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있는 경우가 많죠), 비닐류 등도 자주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기도흡인은 이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기도의 폐쇄 정도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무증상부터 짧은 시간 급격히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등 증상의 정도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약간 막힌 경우는 공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쌕쌕거리는 천명음만이 들릴 수 있습니다. 체크밸브 형태(공기를 들이쉴 수 있으나 내뱉지 못하는 모양)일 경우는 폐에 공기가 과도하게 차서 폐가 팽창될 수 있고, 공기가 드나들지 못하게 막히는 경우는 무기폐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상기도를 완전히 막았을 때는 숨을 쉬지 못해 청색증이 보이고 수분 안에 산소공급이 되지 않거나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이물을 흡인한 사실을 모르고 간간이 기침을 하거나 쌕쌕거림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쪽 기관지가 막혔을 때는 좌우 폐로 공기 드나드는 소리의 차이만 있기도 합니다. 식물성 이물은 흡인되어 시간이 경과하게 되면 걸린 부위에 괴사나 염증을 일으켜 기침, 패혈증, 열, 호흡곤란 같은 중독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물흡인으로 인한 기도폐쇄가 확인될 경우 빠른 응급처치가 요구됩니다. 1세 미만의 영아의 경우 땅을 보도록 뒤집어 머리가 가슴보다 아래쪽으로 가도록 팔로 받치며 기울여 5차례 등의 양쪽 견갑골 사이를 강하게 때려줍니다.(5 back blows) 그리고 하늘을 보게 한 후 5차례 흉골을 압박합니다.(5 chest thrust) 효과적이지 않을 경우 다시 반복하도록 합니다. 1세 이상 소아에서는 복부압박을 시행합니다.(하임리히법) 바닥에 눕혀 이물이 배출될 때까지 복부를 위쪽으로 6~10차례 순간적으로 강하게 압박하거나 큰 아이는 서있는 자세에서 환아의 등 뒤에서 앞으로 안고 한손을 주먹을 쥔 채 명치밑에 대고 그 위에 다른 손을 덮어 순간적으로 강하게 끌어당겨 압박하도록 합니다.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에 비해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하여 이물흡인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물흡인사고는 보호자가 물건을 잘 치우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입니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잘 치웠다고 여기더라도 아이의 낮은 눈높이에서는 어른이 보지 못하는 것을 기막히게 찾아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물건정리는 반드시 아이의 눈높이에서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고는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겪을 수 있으므로 평소 적절한 응급 처치법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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