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이나 지루 피부염, 동전 모양 피부염 환자분들을 진찰하게 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무슨 보습제를 써야 하는지’입니다. 본인 피부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달라고 하시거든요. 환자분들이 이렇게 질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보습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있기에 보다 좋은 제품,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조금이라도 치료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죠. 더 나아가 보습제만으로 피부염을 깨끗이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 모르고요.
오늘은 보습제를 잘 바르는 것이 아토피 피부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을 오래 앓게 되면 두 가지 갈림길에 섭니다.
첫 번째 갈림길은 아토피 피부염을 언젠가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어딘가에 본인에게 맞는 치료의 길이 있고, 단지 그 길을 못 찾은 것뿐이라는 희망의 길이죠.
두 번째는 아토피 피부염은 치료가 안되는 병이니 치료는 포기하고 이제 관리만 잘하면서 지내자는 것입니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는 그냥 포기하고 관리만 하면서 그런대로 좋은 상태만 유지해야지 괜한 희망을 품고 돈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현실의 길이죠.
하지만 이 두 가지 갈림길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요. 그건 바로 보습제에 대한 믿음입니다. 보습제는 아토피 피부염에서는 진리이고 무조건 자주 발라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저에는 피부 장벽(skin barrier)을 강화하면 아토피 피부염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 숨어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이 만성화되면서 피부염에 의한 염증 반응으로 인해 홍반, 발적, 구진, 수포, 진물이 발생하면서 피부의 각질층이 손상을 받게 되고, 자연히 각질이 들뜨고 태선화 되면서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각질층이 부서지게 됩니다.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요소는 벽돌과 시멘트의 구성과 비슷하게 되어 있어서 Brick and Mortar 구조라고 흔히 말합니다. 벽돌(brick)에 해당하는 것은 각질 모세포에서 성장하여 튼튼한 단백질 구조를 이루고 있는 각질입니다.
시멘트(mortar)에 해당하는 것은 각질유리과립이라는 단백질과립에서 나오는 필라그린이라는 천연보습인자(NMF)와 층판소체에서 나오는 지질 과립에 해당하는 세라마이드가 대표적입니다. 각질층 사이사이에 천연보습인자와 각질세포간지질들이 각질층의 틈을 채우면서 피부 장벽은 튼튼해지게 됩니다.
아토피 피부염이 만성화될 경우 피부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회복되는 만성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질은 사라지고 기름기 없는 푸석 푸석한 각질층만 들뜨게 됩니다. 각질층이 들뜨는 상황에서 보습제를 도포하게 되면 깊숙이 침투하여 성분표에 나오는 천연보습인자와 세라마이드가 각질세포간지질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피부 장벽이 근본적으로 튼튼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습제는 피부 속 깊숙이 침투하지 않습니다. 화장품의 분자량이 매우 커서 각질층을 투과해서 진피층까지 갈 방법이 없습니다. 기대와 달리 보습제의 진피까지 도달하는 비율은 1% 미만입니다.
즉, 보습제의 역할은 피부 속에 지질을 공급하거나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보다 각질층에 임시로 쓸 지질을 공급하는 역할에 불과합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분들이 샤워 후 각질이 들뜬 상태에서 극심하게 느껴지는 건조함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죠.
여기서 문제는 보습제가 아토피 피부염의 피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보습제를 쓰다 보면 사용량이 계속 증가합니다. 보습제는 바르면 바를수록 피부가 적응을 하게 되면서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더 늘려야만 보습이 충분하다고 느껴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분들의 보습제 사용량을 보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을 쓰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많이 써도 가려운데 어떻게 덜 쓰냐는 하소연을 합니다. 하지만 간과하는 것 중 보습제가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많이 바르면 바를수록 피부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집니다. 보습제 성분은 거기서 거기인데 이거 쓰면 더 가려워 이것저것 계속 고르고 고르는 이유가 나에게 맞는 보습제를 도무지 찾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건 나에게 맞는 보습제가 없는 게 아니라 보습제 자체의 성분이 원래 뭘 사용해도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용량이 점차 많아지면서 알게 모르게 피부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아토피 피부염 자체가 가려운 것인지 보습제 때문에 가려운 것인지 분간을 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보습제를 통해 피부 장벽만을 보호해서는 해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을 호전시키려면 근본적인 피부의 염증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합니다. 보습제로 가려움만 진정시킬 게 아니라 피부의 염증을 진정,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알레르기의 인자와 만성 피부염의 인자가 결합된 피부질환입니다. 우선 알레르기 인자을 낮춰야 합니다. 알레르기 인자를 낮추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서 음식물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인스턴트와 튀긴 음식, 가공식품을 줄여서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만성 피부염을 줄이는 생활관리를 해야 합니다. 피부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운동관리, 수면관리, 온도와 습도 등의 생환환경관리를 종합적으로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을 피부의 염증반응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보습제가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한다는 믿음을 갖고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그로 인해서 피부의 염증반응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보습제는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기보다 적절한 수준에서만 사용하면 충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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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재돈 바른샘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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