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보면 어떤 상황에 병원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특히 병원 접근성이 좋은 낮에는 언제든 갈 수 있으나, 밤에는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이라도 당장 가야 할지, 기다렸다 아침에 병원이 열리면 가야 하는 상황인지 몰라 난감했던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어느 때 병원에 가야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기도이물과 아나필락시스는 전에 다룬 적이 있으므로 제외하겠습니다.)
1. 밤에 자다 말고 귀를 가리키며 막 울어요.
일반적으로 중이염은 반드시 통증이나 발열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속히 진행하는 중이염은 통증과 발열이 나기도 합니다. 당일 병원에서 진료할 때는 큰 이상이 없었던 아이도 이렇게 통증을 호소한 다음 날에는 심한 상태의 중이염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발열이 없고, 통증 이 외에 다른 증상이 없다면 해열진통제를 일단 먹여보시면 됩니다. 진정이 되고 잠이 든다면 다음 날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를 하면 됩니다.
2. 밤에 자다 말고 주기적으로 보채요.
일정한 시간 간격, 즉 5~15분간의 완화기, 짧은 시간(약 1~2분) 동안의 급성 통증이 있는 듯 한 보챔과 더불어 다리를 배 쪽으로 끌어당기는 듯한 행위, 구토 등이 반복된다면 야간이라도 응급실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아이들은 장중첩증(장꼬임)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응급을 요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험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진료를 받고 빠른 처치를 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3. 갑자기 개 짖는 듯한 기침을 하며, 쉰 목소리가 나고 숨 쉬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최근 영유아를 중심으로 이런 증상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로 대표되는 후두염(크룹)은 그 증상이 갑자기 시작될 수 있고, 밤이나 새벽에 좀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후두염은 밤에 찬바람을 쐬면 완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후두부가 갑자기 좁아지며 마치 목을 조르는 듯한 고통이 있기 때문에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는 빨리 응급실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산소와 호흡기치료를 하게 되며, 심한 경우 기도삽관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병이 나은 뒤에도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증상이 사라져도 추적진료가 필요합니다.
4. 열이 나고 구토를 몇 차례 하더니 아이가 까라져요.
열과 구토를 했을 때 가장 흔한 병은 장염이겠지요. 하지만 장염이라도 아이가 까라진다면 반드시 병원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금방 탈수와 저혈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열과 구토는 다른 질병의 증상이기도 합니다. 뇌수막염의 경우도 장염으로 오인하기 쉬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드물지만 치명적인 질환으로 심근염이 있기도 합니다. 심근염은 가슴이 아프다고 병원 방문을 하기보다는 열, 구토, 까라짐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사망에 이를 때 가장 흔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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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범 조이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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