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 싶던 날씨가 어느덧 한파를 걱정해야 할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아토피, 지루 피부염 등 만성 습진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 겨울은 단순히 춥기만 한 계절이 아니라 건조함과 뜨거움이 동시에 공존하는 모순의 계절입니다.
겨울철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 속 수분은 말라가고 그로 인한 가려움이 심해집니다. 또한 지루 피부염 환자는 건조함만이 문제가 아니라 뜨거운 바람을 불어대는 히터로 인해 얼굴과 두피의 피부 표면 온도가 높아져 피부염 자체가 심해지게 됩니다.
만성 습진 환자에게 겨울은 가혹한 조건들의 연속입니다. 오늘은 만성 습진의 겨울철 주의사항 두 번째 이야기로써 히터 바람이 피부에 미치는 악영향과 이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지루 피부염 등 만성 습진이 있을 경우 겨울철 주의사항 첫 번째로 전기장판, 온수 매트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전기장판, 온수 매트 등이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이유를 간략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수면 시 체온을 인위적으로 높이게 돼 피부 표면 온도를 높게 만들어 피부염을 가중시킵니다. 두 번째, 온열 기구의 열로 인해 피부 내 수분 손실을 가중시킵니다. 세 번째, 온열 기구의 사용은 수면 시 떨어져야 할 심부 체온을 높여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각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무실 히터나 차량용 히터는 피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요?
전기장판과 온수 매트는 수면 시 조건에 주로 작용하여 2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반해서 사무실, 차량용 히터는 낮 동안 피부에 직접 닿아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우선 히터 바람은 피부의 수분 손실을 유발합니다.
아토피, 지루 피부염, 동전 모양 습진과 같은 만성 습진이 있는 피부는 피부 장벽이 손상돼 있습니다. 만성 습진 환자의 피부는 각질층 단백질구조가 튼튼한 벽돌 구조가 아닌 불안정한 상태로 쌓여있습니다. 또한 각질 사이사이의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각질세포간지질의 분비가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결국 사막처럼 부서지기 쉬운 부실한 각질층으로 뜨겁고 건조한 히터 바람이 불면서 피부의 수분을 급속히 빼앗아 갑니다. 아토피 환자에게 사무실 히터는 건조함과 가려움을 유발하는 첫 번째 요소가 됩니다.
두 번째 히터 바람은 얼굴과 두피의 피지 분비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킵니다. 겨울철은 여름에 비해 피지선의 활동이 줄어 피지 분비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지루 피부염의 얼굴, 두피 피부도 여름철에 비해 겨울철 피지 분비량이 줄게 돼 염증이 다소 진정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히터 바람에 직접 노출될 경우 잠잠하던 피지선이 인위적으로 자극을 받게 되면서 분비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즉, 뜨거운 히터로 인해 얼굴 피부의 온도는 상승한 상태가 되고 여기에 더해 인위적으로 피지 분비량이 증가하여 지루 피부염의 피부염 병변과 구진, 농포, 모낭염 등이 동시에 급속히 증가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잠잠하던 지루 피부염의 얼굴과 두피 병변이 사무실과 장시간 운전 시 히터 노출로 인해 자잘한 구진이나 모낭염, 여드름양 발진이 퍼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히터 바람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습기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사무실 책상에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50%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게 되면 피부 내 수분 증발을 막아 피부 건조함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무실이나 차량 내부에서 손상 받은 피부의 열을 진정시켜줄 수 있는 얼굴 냉팩을 해주는 것입니다. 저녁 시간 얼굴에 시원한 물수건을 20분 정도 얹어 놓음으로써 피부의 열을 내려주면 됩니다. 이를 통해 지루 피부염과 아토피의 얼굴 병변의 염증을 일정 정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휴대용 선풍기 등을 이용해서 히터 바람이 오지 못하게 막으면 됩니다. 머리 위나 히터 방향으로 선풍기 바람을 흐르게 해서 직접적으로 뜨거운 바람이 닿지 않게 하면 됩니다. 일 년 중 겨울철은 만성 피부염 관리에서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추우면 추워서 건조하고 춥다고 틀어놓은 히터는 건조한 바람으로 인해서 피부를 더욱 더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만성 습진에 꼭 필요한 조건인 춥지도 않고, 건조하지도 않은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만성 습진 환자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 중 겨울철 히터는 습진성 피부를 조용히 악화시키기 쉬우므로 늘 주의하시고 세심하게 조절해야만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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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재돈 바른샘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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