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대표적인 보약 약재 : ‘숙지황’ 이야기

숙지황(熟地黃)은 감기 초기에 흔히 처방하는 쌍화탕의 주요 약재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숙지황은 현삼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약용식물인 지황(地黃)의 뿌리를 쪄서 가공한 것이다.

가공 과정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지황과 함께 막걸리를 넣고 지황의 뿌리줄기의 안과 밖이 검고 윤이 날 때까지 찐 후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9번 거치면 숙지황이 된다.


▲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또 다른 방법은 말린 지황을 찜통에 넣고 8시간 찐 다음 하룻밤 뜸을 들이고 이튿날 위아래를 뒤집어 다시 4~8시간 찐 후 다시 하룻밤 뜸을 들인다. 이렇게 뜸을 들인 지황의 8할 가량을 햇볕에 말린 다음 썰어 조각을 내어 다시 햇볕에 말리면 숙지황이 된다.

한의학에서 숙지황은 약재로 많이 활용돼 왔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한의학 관련 서적들에서 숙지황이 가진 약재로서의 효능을 살펴볼 수 있다. 진주낭(珍珠囊)에서는 숙지황이 혈액 부족을 크게 보충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며 기력을 증가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숙지황이 골수를 차게 하고 살과 피부를 자라게 하며 정혈을 생성하고 장기의 에너지 저하와 장기의 손상으로 인한 부족을 보강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또한 숙지황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며 시력과 청력을 좋게 하고 머리나 수염을 검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으며 남자의 과로 및 정신적 피로, 여자의 감염성 질환 중 발생한 생리 과다, 월경 불순, 임신과 출산에 관련되는 모든 질환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숙지황이 부족한 혈액을 크게 보충하고 수염과 머리털을 검게 하며 골수를 보충해 주고 살찌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숙지황은 몸이 허약해진 증상을 보강하고 혈맥을 통하게 하며 기운을 더 나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한다고 기록돼있다.

이상의 여러 기록들을 살펴보면 숙지황은 몸의 기초 에너지를 자양(滋養)하고 혈액을 보충하는 효능으로 활용된 보약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각종 소모성 질환과 큰 병 이후 발생한 면역력 저하, 기력 저하, 여성의 생리 불순, 여성의 만성 염증을 숙지황을 써서 주로 치료하였고, 또한 태반을 안정시키는 작용도 있어 임신부의 태동불안을 치료했다.

숙지황은 무와 함께 복용하면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변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무의 성질과 숙지황이 맞지 않고 숙지황의 효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복용을 할 때 주의가 필요하며, 같이 복용했을 시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동의보감에서 숙지황은 가슴을 막히게 해 몸의 노폐물이 많은 사람은 오랫동안 복용할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몸에 노폐물이 많이 쌓인 사람은 숙지황을 복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복부에 가스가 많이 차며 대변이 무른 사람은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사상의학에서 숙지황은 기초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는 체질인 소양인의 대표적인 보약으로 활용돼왔다. 특히 소양인의 기초 에너지가 고갈된 허로(虛勞) 증상에 주로 활용돼왔으며, 소모성 질환이 당뇨에도 처방됐다. 또한 숙지황은 소양인에게는 소화기능이 약해져 자주 체하는 증상이 있을 때, 또는 몸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타나는 기침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이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많이 활용돼왔다.

하지만 숙지황은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는 소화 기능의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태음인의 경우에는 숙지황이 몸의 과도한 에너지 축적을 일으킬 수 있기에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태양인은 몸이 쉽게 건조해지고 소화기능이 약해질 수 있는 체질이므로 숙지황이 소화 기능의 저하를 발생시킬 수 있기에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숙지황은 복용하기 전 반드시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체질진단 등의 과정이 이루어진 후에 적합한 양과 방식으로 복용을 해야 그 효능을 몸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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