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우리 생활 속 약재 : 복분자 이야기

복분자(覆盆子)는 글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요강을 뒤집는 열매라는 뜻인데, 이 열매를 복용하면 소변을 볼 때 힘이 강해져 요강을 뒤집을 정도로 좋은 효능을 가진다는 의미다.

복분자는 장미과 복분자딸기의 채 익지 않은 열매를 약재로 사용하며, 국내 남부지방에 흔하게 자란다. 복분자는 크기가 크고 통통하며 고르고 회녹색이며 꼭지가 없는 것이 좋은 품질을 가진 것으로 본다.

한의학에서 복분자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약재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다양하게 활용돼왔으며 다양한 한의학 관련 서적에서 복분자의 효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명의별록(名醫別錄)에서는 복분자를 에너지를 돕고 몸이 가벼워지게 하며 머리카락이 흰색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능을 지닌다고 했다.

약성론(藥性論)에서는 복분자가 남자의 신장 에너지가 고갈된 것을 치료하며 성기가 늘어지고 힘이 없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한 여자가 복분자를 먹으면 임신을 할 수 있으며 신장의 기능을 강화해 소변을 보는 횟수를 줄이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일화자제가본초(日華子諸家本草)에서는 복분자가 장기를 안정시키고 안색을 좋게 하며 몸의 기초 에너지를 기르고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며 의지를 강하게 하는 효능이 있고, 뇌졸중으로 인한 발열 및 경련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개보본초(開寶本草)에서는 복분자를 약재로 섭취하면 에너지가 소모된 것을 보강하고 피부에 윤기가 흐르게 하며 장부를 안정시키고 조화시키며 소화기를 따뜻하게 하고 기력을 북돋우며 간 기능을 강화하고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본초몽전(本草蒙筌)에서는 복분자가 신장 기능의 손상, 정액의 감소 및 정액이 저절로 흐르는 증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본초술(本草述)에서는 복분자가 과로로 인한 권태감, 몸의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된 경우, 간기능과 신기능의 저하로 인해 발생한 오한, 신장의 기능이 약해서 발생한 기침, 설사, 관절염, 각종 출혈증, 안과 질환을 치료한다고 했다.

이상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복분자는 장부의 기능을 안정시키고 조화시키는 효능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신장의 기능을 보강하는 효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능이 신장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고 보기에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복분자는 남성 성기능 강화, 정액이 부족하거나 정액이 저절로 흐르는 증상과 여성의 난임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또한 한의학에서 신장의 기능과 소변 및 머리카락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에 신장의 기능을 보강하는 효능이 뛰어난 복분자는 소변을 자주 보는 요실금, 신경성빈뇨, 소아야뇨,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증상, 탈모 치료 등에 활용된다. 복분자는 간기능을 보강하는 효능도 지니는데, 한의학에서 간기능과 눈의 건강, 뇌졸중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서 간기능이 저하돼 발생한 안과질환, 뇌졸중으로 인한 발열 및 경련에도 복분자가 약재로 활용된다.

복분자는 자양강장의 목적으로 민간에서 체질에 상관없이 널리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복분자를 복용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복분자는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기 때문에 정액을 저장하고 소변을 보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소변량이 적어지고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복분자의 섭취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에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었으나 과도하게 에너지가 상승하는 경우, 성기능이 과도하게 항진돼 발기가 지속되는 경우에도 복용을 피해야 하며 혈액량이 과도하게 소모된 경우에도 신중하게 복용해야 한다.

사상의학에서 복분자는 주로 소양인에게 처방돼 약재로 활용돼왔다. 소양인은 신장의 기능이 약해지기 쉬운 체질이기 때문에 신장의 기능을 보강하는 복분자는 소양인의 소모성 질환에 활용된다.

하지만 복분자는 소양인을 제외한 소음인, 태양인, 태음인은 복용에 주의가 필요한 약재이다. 소음인은 소화기가 약하고 신장의 기능이 강한데 복분자는 신장을 보강하는 효과가 강하므로 소음인이 이를 섭취하였을 때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태양인은 간기능이 강하고 태음인은 몸에 노폐물이 잘 쌓이는 체질인데, 복분자의 간기능을 보강하는 효능과 에너지를 축적하는 효능은 각각 태양인과 태음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복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복분자는 신장 기능과 간기능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으며 쉽게 접할 수 있기에 증상과 체질에 상관없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의 목적으로 복분자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체질에 따라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한의사와의 상담을 먼저 받아서 체질진단, 병의 원인, 장부의 기능 등을 면밀히 분석한 이후 적합한 양과 방식으로 복용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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