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놀랐다. 지난 6월 의사들이 성경처럼 생각하는 NEJM 이라는 저널에 놀라운 연구가 보고 되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건강보조식품이나 성분에는 코웃음 치는 의사들을 놀라게 한 이 약은 티르제파타이드 (Tirzepatide), 상품명은 ‘마운자로’다.
도대체 무슨 약이길래 의사들이 난리인가?
이 약은 원래 당뇨병 약인데, 부가적인 효과로 살이 너무나 잘 빠지는 것이다. 강남 비만주사로 유명했던 ‘삭센다’를 기억하시는가? 당시 이 약이 안전하면서도, 성인병에 도움이 되고 체중이 5~9% 정도 빠진다고 필자의 어머니도 종종 맞으셨었다. 당시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도 종종 이 주사를 찾았었다.
그 이후 ‘위고비’ 라는 약이 비슷한 약으로 체중을 10-15% 정도 줄여준다고 하여 비만의 게임 체인저라고 난리였다. 그런데 이 ‘마운자로’ 는 이 앞 선 두 약보다 혈당이 더 잘 떨어지고 체중이 더 많이 줄어든 것이다. 심지어 매주 한 번만 맞으면 된다.
당뇨병약이니 일반인이 맞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지난 6월 보고된 연구가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체중감량 연구였던 것이다. 참가한 사람들의 체중이 평균 15~ 20 % 줄었다. 특히 고용량 (15㎎)의 용량을 유지한 사람의 57% 가 체중이 20% 줄었다. 100kg 이었다면 80kg이 된 셈이다. 보통 비만 연구를 하다 보면 각자의 생활 습관에 따라 사람에 따라 편차가 나기 마련인데, 고용량을 맞은 사람의 84%가 최소 10% 이상의 체중이 줄었으니 믿고 맞는 약이 된다.
일반적으로 위 절제를 통한 비만 수술로 기대하는 체중감소가 20~30% 정도 된다면, 약으로 위 절제만큼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거기에 더불어 고지혈증, 고혈압, 혈당 등도 호전되는 효과를 보여 현재 지방간, 심장 질환 등 다른 질병에 대한 효과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살만 빠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다만, 한 방에 해결이라는 일반적인 기사 내용은 좀 과장되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총 72주, 즉 약 1년 8개월에 걸쳐 주사를 맞았고, 식생활 및 운동 등의 생활 습관 변경도 당연히 함께 진행 되었다. 1년 반에 걸쳐 서서히 빠졌다는 이야기다.
물론 계속 맞으면 더 빠질 사람도 있었겠지만, 향후 우리나라에서 사용된다고 해도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을 수 있다. 또한 모든 비만 약이 그렇듯 약을 중단하게 되면 다시 체중이 증가 할 수 있으니, 투약 기간을 마중물로 삼아 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습관화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운자로를 통해 인류는 참을 수 없는 먹고 싶은 욕망에 대한 또 하나의 강력한 대안을 갖게 된 셈이며, 심지어 그 약이 안전하며 성인병을 치료하는 건강한 약이라는 점에서 감사한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안재희 혜민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email protected] -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