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임원 해임은 ‘쇼’!” KPGA 조직붕괴 가속화

재심서도 피해 직원들 칼날 징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김원섭)가 가혹행위 가해자인 고위임원 A씨를 해임하며 수습에 나서는 듯했지만, 재심에서도 피해 직원들에게 해고 등 보복성 징계를 강행해 조직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4일 열린 징계위원회의 재심은 초심과 동일한 구성원으로 공정성과 독립성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조차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 또한 피해 직원들에게 단행했던 징계를 유지함으로써, KPGA가 ‘보복의 악순환’ 을 심화 시켰다는 비판도 거세다. 특히 일부 피해 직원에 대한 징계는 보류 상태로 남겨져 있어, 추가적인 보복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재심 결과 2명의 해고는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그동안 보류되었던 피해 직원 2명 중 1명은 견책, 나머지 1명은 여전히 재 보류 처리됐다. 해고의 사유도 초심과 변함 없었다. 그 외 피해 직원 9명에 대한 견책이나 경고 조치에 대해서는, 노조가 절차상 오류 및 부정한 시말서 수집 등을 이유로 해당 징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사측에 전달했기 때문에 재 심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서 KPGA는 지난 달 1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징계 절차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 며 제도 개편을 약속했다. 그러나 재심은 외부 인사/노무 전문가 한 명 없이 초심과 동일한 위원 구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강행됐다.

재심에 출석한 피해직원 B씨는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요식행위였다” 며 “질문은 형식적이었고, 소명은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마치 재판이 아니라 정해진 사형 집행을 통보 받는 기분이었다” 고 토로했다.

이번 재심에서도 징계의 근거 역시 가해 임원 A씨가 욕설과 폭언, 강압으로 작성하게 한 시말서에 여전히 의존했다. 더 나아가 징계위원들은 재심 자리에서 조차 “본 징계는 제출된 시말서를 기반으로 한다” 고 공표했다. 이는 회사가 가해자를 해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원들에게 업무상 문제가 있었기에 욕설과 폭언이 불가피했다’ 는 가해자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결국 가해자를 비호하는 태도가 재심에서도 반복된 셈이다.

피해 직원들은 각 사안마다 전후 사정을 고려할 증언과 함께 증거 제출까지 제안했지만, 징계위는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징계를 확정했다. KPGA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피해 직원들에게 보복성 징계를 강행하며 사태를 노사대립으로 키우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인정하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뻔뻔한 행태” 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재심에 앞서 일부 이사회 구성원들은 “재심을 해도 결과는 초심과 다르지 않을 것” 이라며, “협회장이 ‘노조에 밀려서는 안 된다’ 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는 발언을 주위에 귀띔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심에 출석한 피해 직원들의 증언은 더욱 절박했다. 피해직원 C씨는 “가해자가 강요한 시말서가 이제는 나를 내쫓는 무기가 됐다” 며 “괴롭힘을 신고했을 뿐인데 되려 징계 대상이 되었다. KPGA에서는 정의가 거꾸로 흘러가는 현실이 참담하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20년 넘게 쌓아온 협회 근무 경력이 단 몇 줄의 징계 사유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고 호소했다.

가해자 A씨의 해임에는 무려 8개월이 걸렸지만, 피해 직원들에 대한 징계는 불과 며칠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KPGA노조는 이를 두고 “정의는 차일피일 늦어지고, 보복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2024년 1월 이후 현 집행부 임기 동안 1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퇴사한 사실이 알려지며, 경영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도 드러났다. 특히 이번 재심에서는 근속 20년이 넘는 베테랑 직원들마저 징계 대상에 포함돼 조직의 인적 자산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보복성 조치에만 몰두한 나머지 헌신적으로 일해 온 인력까지 내쫓으며 조직을 붕괴시키고 있다” 고 비판했다.

복수의 법률 자문 결과에서도 “사기업에서 조차 찾아보기 힘든 비상식적인 대규모 징계” 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법조계는 “나열한 징계 사유를 모두 따져보아도 일반적으로 경고나 견책 수준으로 그치는데, KPGA는 이를 근거로 무리하게 해고까지 밀어붙였다” 며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당사자가 강압적으로 수집한 시말서를 징계의 근거로 삼은 것 자체도 모순이고, 징계를 내린 시점과 사유, 절차, 양정 모두 상식적이지 않다” 고 비판했다.

KPGA노조에 따르면 피해 직원들은 현재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을 준비 중이다. 노조는 “임원 해임이라는 ‘쇼’ 로 눈속임을 하더니, 남은 직원들에게 칼날을 들이댔다” 며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걸린 사안” 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손솔 의원과 KPGA노조는 지난달 15일 국회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문체부에 KPGA에 대한 특별 감사와 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을 요구한 바 있다. 노조는 “KPGA가 스스로 변할 의지가 없다면 국회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 며 “이번 사태는 더 이상 내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사건” 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직장 내 괴롭힘과 신고자 보복, 노동법 위반이 결합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가해자가 강압적으로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피해 직원들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린 반면, 회사와 경영진이 저지른 2차 가해, 주 52시간제 위반, 임금 체불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피해자에게만 불이익을 주고 가해 구조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다면 사태의 본질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며 “국회와 정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제도적 개입이 불가피하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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