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단상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을 계기로 정부는 의사인력을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10년 뒤에나 배출될 공공의사 인력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단체들과의 토론이나 협의 과정은 없었다. 기존 의사들의 반대가 예상된다는 이유다. 


정부가 의사들을 피한 데에는 결국 근본적인 의문을 해소하지 못 한 채 이뤄진, 다분히 포퓰리즘적인 정책 발표였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공공의대가 과연 정부주장대로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 또 누구에게 특전을 주려고 밀어붙이는 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없어서,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있을까?


한국인이 의사를 만나겠다고 마음먹고 실제 진료까지 이어지는 진료 대기 시간은 평균 19.9분이다. 비교적 인구밀도가 적은 지방 도시를 가 봐도 대부분의 진료과가 있는 것은 물론, 전문의 역시 부족하지 않다.


정부가 좋아하는 OECD평균은 어떠한가?


2일내에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50%를 상회한다. 반면 갑작스런 부상으로 응급실에 방문할 경우에도, 의사에게 초도 진료를 보기까지의 시간과 응급실 체류 시간에서 대한민국은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관절치환술이나 백내장 수술과 같이 응급하지 않은 수술에 대한 대기 시간을 살펴보자. 흔히 의료 선진국이라고 여겨지는 나라에서 위의 수술을 받고자 했을 때 평균 대기시간이 92일에서 150일에 이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수술 전에 교정해야하는 질환이 없다면 당일 수술도 모두 가능하다. 수술대기 일수가 0일 인것이다.


대한민국의 의료 인프라와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고 유지되고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정말 의사숫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지 의문이다.



물러나,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가정을 해 보자.


의과대학은 대충 뚝딱 만들어 지는것이 아니다. 우수한 학생들의 선발부터 실습할 병원, 기초 과학 교수자원의 확보 등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학생선발 기준은 여러 의료인들을 아연실색케 하기에 충분했다.


의대학생선발을 성적이 아닌 전문가,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사람을 서류 및 자격심사, 면접으로 선발한다고 했다. 의과대학에 입학해 수업을 듣게 되면 지금껏 상상해 보지 못한 엄청난 학습량과 이해도, 암기가 필요하다. 인성이 착하고 배려심이 많고가 중요한게 아니다. 우선 학습능력이 갖추어져 있어야 시작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적폐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가 의대에 진학한다면 만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과대학 진학을 공정한 시험이 아닌 서류와 면접을 통해 선발 한다면, 그 과정에 온갖 부정과 청탁이 난무할 것이며 그 혜택은 누가 가져갈 것인가!

수련병원을 생각해 보자.


남원에서 설립되었다가 폐교된 한 의과대학을 예로 들면, 적당한 수련병원에서 학생들이 교육을 받지 못해 졸업할 때 까지 개복수술이나 주요 장기의 암수술 등을 실제로 한번도 경험하지 못 한 채 그냥 책으로 배웠다고 증언한 졸업생이 있었다. 인구 8만명 남짓한 남원시에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규모를 갖춘 수련병원이 지어지고 유지가 될 수 있을까? 저수가의 정부정책 속에서 분명 엄청난 재정적자에 매년 존폐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흉부외과와 같은 필수 의료인력의 양성 차원에서 공공의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흉부외과는 고도의 수련과 지식, 경험을 요하는 분야이다. 지금 의과대학 재학생들도 흉부외과를 지원하려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흉부외과는 그 수련과 노동강도에 비하여 터무니 없는 보상이 따르고 심지어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를 내는 과이기에 많은 병원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공공의대 졸업생이라고 해서 흉부외과를 전공한 뒤 자신의 커리어를 계속 그 과 의사로서 유지해 나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기피과의 경우 선택지의 한 칸을 채울 지언정 실제로 선택하려 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우려하는 필수 의료과 그리고 전공의 확보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당 분야를 전공하면 수익을 낼 수 있게 적정수가를 책정해 주면 대형병원들도 그러한 과들을 운영하려고 시작할 것이며 전공자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공공의대의 설립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치권·시민단체들은 차후의 유지 관리, 재정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누군가 이 사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순간, 그들은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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