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및 중세시대의 안경까지 이야기 했습니다. 안경의 역사, 이어 시작합니다.
3. 르네상스 시대의 안경
13세기에 이르러, 영국의 철학자 로저 베이컨 (Roger Bacon, 1214~1292)이라는 사람이 노안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돋보기를 사용하도록 권장했으며, 그로부터 약 100년 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경이 개발됐다고 합니다. 초창기 안경은 안경테를 손으로 잡거나, 안경테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써야 하는 형태였습니다.
이에 따라 책을 읽을 때만 사용해야 했고, 일상적 사용은 힘들고 불편했습니다.
그 이후 삼각형 형태로 코에 거는 안경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안경은 지금과 달리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유리로 만든 안경알을 사용하였습니다. 렌즈 자체가 매우 무거워 코에 올려놓은 채 고정되어 있기가 힘들었고, 코에서 자주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Fig. 3).
그 후 모자 앞 챙으로 눌러서 안경을 코에서 떨어지지 않게 고정하거나, 아예 뒤통수에 끈으로 묶는 방법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Fig. 3). 현재의 안경 형태처럼 귀에 거는 안경이 개발되기까지는 200년이 더 소요되었습니다. 1730년경 영국의 광학자 에드워드 스칼렛(Edward Scarlett, 1688~1743)이 귀 뒤에 거는 안경 다리 형태의 안경테를 만들었으나, 그 당시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디자인의 안경은 선호하지 않았다고 하며, 이러한 형태의 안경이 대중화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습니다.
15세기 이전까지는 대부분 확대경 역할이나 돋보기 역할을 하는 볼록렌즈 안경이 대부분이었으나, 1451년 독일 출생의 수도승이자 철학자였던 니콜라스 데 쿠사(Nicolas de Cusa, 1401~1464)에 의해 오목렌즈 안경이 근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근시 환자에게도 광명을 비춰주었습니다. 그 이후 1784년 미국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인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이 이중초점 (bifocal) 렌즈를 개발하여, 노안 교정에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Fig. 4).
4. 안경 착용이 대중화된 계기
점토판에 쓰여진 수메르 문명의 쐐기문자, 파피루스에 쓰여진 이집트 문명의 상형문자, 거북이 껍질에 쓰여진 황하 문명의 갑골문자 등을 통해 인류의 지식은 기록되고 전달돼왔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지식의 전파는 종이가 발명되고,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더 멀리, 더 오래 전달됐습니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1400~1468)의 인쇄술로 인해, 소수의 귀족들과 성직자들이 지식을 독점하던 사회 구조가 무너졌고, 지식의 대중화가 시작됐습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러한 인쇄술의 발달과 서적 출판량의 증가에 따라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인쇄술의 발달이 안경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수도승과 귀족, 책의 내용을 손으로 베껴 옮기는 필경사들만이 책을 접할 수 있었으나, 서적이 대중화되면서 안경의 수요도 급격히 늘었고, 베니스와 뉘른베르크를 비롯한 공업 도시에 안경 산업이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지식의 대중화와 더불어 안경이 대중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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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진 김안과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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