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이고 완고한 아토피피부염이나 지루성피부염, 동전모양 습진 등의 피부질환을 진료하다 보면 환자분들이 생활관리 하나하나까지 각별히 신경을 쓰게 됩니다. 먹는 음식물부터 수면 조건이나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조심스럽죠.
이런 생활관리 요인 중 먹는 것은 다른 요인들에 비해 즉각적인 반응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견이 많고 여러 설들이 존재합니다. 그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의 하나는 ‘습진이 있는데 커피는 마셔도 되나요?’라는 것입니다.
커피가 건강에 좋다 안 좋다 의견이 분분하기에 혹여나 섭취했을 경우 피부염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조심하게 되는 것이죠. 커피가 피부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느 정도 선까지 마셔야 할까요?
커피는 coffee bean이라고 흔히 부르다 보니 콩과 식물의 열매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꼭두서닛과의 씨앗입니다. 과육을 제거한 씨앗을 발효하고 건조하고 볶는 과정을 거처서 만들어진 것이죠. 쓴맛을 갖고 있지만 독특한 풍미를 갖은 덕에 기호식품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커피는 건강의 측면에서도 이로운 효과를 내기도 하고, 과용했을 때 역작용을 내기도 합니다.
커피의 효과는 혈관확장의 억제와 항염증 작용이 흔히 연구되는 부분입니다. 2008년 프랑스 Preventive and Clinical Investigations Center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6~95세 남녀 18만여 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진행한 추적조사 결과, 커피나 각종 차를 하루 4잔 정도 마시면 혈압 상승을 억제하고 심박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또 다른 연구로는 2021년 Circulation: Heart Failure지에 David P. Kao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3개 대규모 심장질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한 잔 이상 마시면 심부전 위험(long-term risk of Heart failure)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반대로 커피의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많이 보고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커피의 부작용으로는 불면, 불안감, 두통, 심박수의 증가 등이 가장 흔하고, 위장장애나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도 발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뚜렷한 부작용이 아닌 막연한 커피에 대한 역작용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대표적인 부분이 만성적인 피부질환을 겪는 경우 커피가 피부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죠.
습진성 질환에 속하는 아토피피부염이나 지루피부염, 동전모양피부염 등의 경우 커피 자체가 피부 염증 반응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는 없습니다. 카페인 성분이 염증 작용을 악화시키지 않으며, 반대로 커피 속 폴리페놀 성분이 항염증 작용을 보이고, 혈관계의 산화를 억제하며 산화질소의 생물학적 이용 효율을 향상시킴으로 염증 대사에 부담을 주는 악영향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아토피피부염 환자나 지루성피부염 환자의 경우 가려움증으로 인해 수면이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 피로감을 회복하기 위해 커피를 과용할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이런 경우 과도한 커피로 인해 숙면이 방해되어 2차적인 수면 부족이 발생하여 가려움증이 더 느끼게 됩니다. 이는 부족한 수면으로 인한 각성으로 인해 누워서 피부를 긁게 되어 외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숙면에 방해가 되는 커피의 과도한 섭취는 수면 부족을 유발하여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도 있으니 늦은 저녁 시간에 커피를 자제해야 합니다.
커피가 피부질환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진 질환은 안면홍조(장미증, Rosacea)가 대표적입니다. 교과서적으로도 오래전부터 안면홍조가 있을 경우 커피를 섭취할 경우 홍조가 증가한다는 내용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2018년 JAMA Dermatol에 발표된 논문을 살펴보면 (Association of Caffeine Intake and Caffeinated Coffee Consumption With Risk of Incident Rosacea in Women)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섭취한 군이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거나 녹차 등의 카페인 음료를 마신 군에 비해 안면홍조의 위험성이 오히려 적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커피가 안면홍조를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죠. 안면홍조의 경우 따뜻한 음료의 섭취가 홍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과 위 논문을 종합해보면 따뜻한 커피를 마실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안면홍조의 악화 요인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시원한 커피를 마실 경우에는 안면홍조에 대한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토피나 지루피부염, 화폐상습진의 경우 커피가 직접적인 악화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수면 부족이나 숙면을 방해할 우려가 있으니 늦은 시간의 커피 섭취나 과도한 음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안면홍조가 있을 경우 따뜻한 커피보다는 시원한 커피를 마셔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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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재돈 바른샘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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