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여진의 ‘신경전(全)’]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혹시 치매인가요?

“핸드폰을 어디에 뒀지?” “지하 주차장 몇 층에 주차를 했지?”

누구나 겪어봤을 증상이다. 깜빡깜빡하는 증상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흔히 나타나며 이런 증상을 건망증이라고 부른다.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과도한 업무, 바쁜 일상 때문에 주의 집중력의 저하로 인해 깜빡깜빡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 오여진 소중한메디케어 신경과 과장


또한 나이가 들며 노화의 과정으로 기억력의 감퇴가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며 신체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뇌도 노화를 겪으며 기억을 담당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한 건망증의 증상을 특별히 질병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년 이후의 많은 사람들은 이런 깜빡하는 증상이 혹시 치매가 아닌지 걱정을 한다. 오늘은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려 한다. 이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뇌의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뇌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기억력, 집중력, 언어능력, 공간지각력, 수행력 등 여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모든 것을 ‘인지 기능’이라고 한다. 대부분 ‘인지 기능=기억력’ 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기억력은 뇌의 여러 인지 기능 중 하나이다.

이런 다양한 인지기능 중 건망증은 기억력의 저하만 주로 발생하고, 그 외의 다른 인지 능력에는 큰 문제는 없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기억력의 저하의 경우도 기억력만 조금 떨어지고, 나이가 먹으면서 조금 더 기억력 감퇴가 진행할 수는 있으나, 전반적인 일상 생활에는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본인이 기억력 감퇴로 불편함을 느껴 달력이나 수첩 등에 메모를 하며 일상을 챙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특별히 치료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치매는 건망증과 비슷한 듯 하지만 판단력과 일상 생활 수행능력 저하, 언어 능력의 감퇴, 성격 변화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로 인한 증상이 발생한다.

나중에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워 결국 남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정상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 65세 전후에 기억력 감퇴를 시작으로 서서히 뇌의 전반적인 기능저하가 오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알츠하이머 치매의 증상이다.

뇌를 컴퓨터와 비교하면 조금 더 알기 쉬울 것이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뇌도 ‘입력-저장-불러오기’ 과정이 필요하다.

건망증은 정보가 뇌에 입력, 저장은 잘 되지만 불러오기가 잘 안돼서 생기는 증상이다. 그래서 보통 힌트를 주면 기억 불러오기가 된다. 예를 들어, 어제 점심 식사 메뉴, 같이 간 식당 이름 등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같이 간 사람한테 물어보고 “아하 맞다” 하고 기억이 나는 것이다. 메뉴, 식당 이름 등 세세한 건 기억을 못해도 그 정황들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기억을 한다.

그러나 치매는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힌트를 주어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치매가 발생하기 전, 즉 젊은 시절에 입력했던 정보들 (본인 이름, 고향, 집주소 등)은 잘 기억하는데 최근 일 (최근에 낳은 손주 이름, 최근 이사간 곳 주소 등) 은 뇌에 저장이 되지 않아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치매 환자는 어제 같이 점심을 먹었던 것 자체를 기억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힌트를 주어도 기억을 못하고, 계속 물어보면 자꾸 없었던 일을 있었던 일처럼 꾸며서 말하기도 한다.

치매와 건망증은 다른 병이지만, 초기 치매는 건망증처럼 기억력 감소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깜빡하는 건망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증상이지만 횟수가 잦아지거나 정도가 지나치다면 치매의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진료를 보시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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