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절대 모르는 여성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초경, 임신, 출산, 폐경은 여성의 생애주기를 따라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모든 변화의 주인공인 ‘에스트로겐’ 에 대하여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폐경 이후 예민해지거나 우울해지면서, 후끈거려 잠을 못 이룰 때,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여성호르몬은 뉴런을 자극해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꿔 뇌의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뉴런의 활동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죠. 폐경이 되면, 우리 몸의 체온을 관장하는 시상하부의 기능이 저하되고 따라서 설명할 수 없는 열감을 느끼게 됩니다.
수면을 관장하는 뇌간이 영향을 받게 되면 잠이 잘 오지 않게 되고,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가 영향을 받으면 자꾸 잊어버리는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행복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세로토닌 역시 다양한 기전을 통해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습니다.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고 따라서 세로토닌 양도 감소합니다. 까닭에 폐경 여성의 63% 가 불면, 불안, 초초함, 급격한 기분변화 등의 심리적인 변화를 보이게 되지요.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라는 부분의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폐경 후에 느껴지는 불편함에 대하여 스스로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증상으로 불편함은 어쩔 수가 없지요. 이때 여성호르몬을 약으로 섭취하는 것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유방암, 또는 자궁내막암 등 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오래 복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스트레스 관리’ 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증가하게 되는데, 코티솔은 에스트로겐과 반대로 작용합니다. 코티솔이 높으면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는 것이죠.
폐경 이후에도 여성의 몸에는 지방세포와 부신에서 유래하는 여성호르몬이 약간 존재합니다. 그런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마저도 떨어지고, 우리 뇌는 그 영향을 고스란히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면 우리 몸의 에스트로겐을 아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권장 드리고 싶은 방법은, 건강한 먹거리 입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통곡, 콩, 딸기와 같은 베리류 등에는 도움이 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은 편입니다. 신선한 해산물, 채소와 올리브 오일과 같은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진 ‘지중해식 식사’ 도 폐경 증상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현대 과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난소가 기능을 하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없는 듯 합니다.
여성에게 운명처럼 다가오는 ‘폐경’으로 인한 변화는 여성의 잘못은 아닙니다. 어쩌면 월경의 완성은 여성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아내이자 어머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촉구하는 내 몸의 속삭임이 아닐까요. 이때부터야말로 진짜 나를 사랑해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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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희 혜민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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