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가을 탓에 계절은 어느덧 겨울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춥고 건조한 계절인 겨울이 되면 만성 습진으로 고통 받는 분들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추운 날씨로 인해 피부의 건조함이 극심해지면서 긁게 되고, 그 상처로 인해 피부 손상이 발생하면서 만성 습진이 더욱 악화되는 가려움 악순환인 ‘Itch-scratch cycle’이 반복됩니다.
‘Itch-scratch cycle’ 이란 가려워서 긁고, 긁어서 상처가 나고, 그로 인해 결국 피부 장벽이 손상 받으며 알레르기 반응과 만성 피부염증이 동시에 폭증하게 되면서 다시금 가려움이 심해지는 악순환 고리를 말합니다.
오늘은 무심코 사용하면서도 겨울철 만성 습진의 가려움 악순환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전기장판과 온수 매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지루 피부염, 동전 모양 습진이 있을 경우 겨울철은 고통 그 자체입니다. 만성 습진 환자분들이 겨울이 힘든 첫 번째 이유는 건조함입니다. 낮은 습도로 인해서 피부의 수분 손실이 가중되니까요.
이런 악조건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지만 정작 그 위험성이 간과하는 것이 수면 시 사용하는 전기장판과 온수 매트입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전기장판과 온수 매트가 피부염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전기장판과 온수 매트가 수면 시 체온을 인위적으로 높입니다. 우리 몸의 체온은 하루에도 여러 번 상승과 하강 커브를 그리면서 변화합니다. 몸의 중심 체온에 해당하는 심부 온도는 일반적으로 오전 6시부터 천천히 상승해 오전 11시경에 정점을 찍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 상태가 오후 6시 정도까지 이어집니다. 이후 하강을 시작해 새벽 12시경부터 체온이 급격히 내려간 상태로 새벽 4시 정도까지 더 하강을 하게 됩니다.
즉, 인체는 낮에는 심부 온도를 높게 유지하고, 밤에는 낮게 유지하는 것이 생리적인 흐름입니다. 수면 중 낮은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조건임에도 전기장판을 사용하여 바닥을 뜨겁게 유지하게 되면 몸의 정상적인 체온 하강 흐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낮아야 할 수면 온도가 온열 기구로 인해 체온을 높이면서 피부의 열대사장애를 가중시켜 피부염이 심해지게 됩니다. 만일 일어났는데 얼굴 피부가 붉어져 있거나 부었고 몹시 가렵다면 전기장판 때문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온열 기구가 피부 내 수분 손실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위해 눕게 되면 낮 동안 근육, 내장에서 흐르던 혈액이 피부로 더 많이 유입되게 됩니다. 이때 뜨거운 온열 기구로 인해 피부 표면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서 피부 구석구석 뜨거운 혈액이 공급되면서 피부 내 수분 손실은 더욱 심화됩니다.
가뜩이나 건조한 습진 피부인데 수분 손실이 가중되면서 밤새 가려워서 만성 습진 부위를 더욱 긁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수면 시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면 피부의 탈수현상까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수면의 질을 나쁘게 합니다. 우리의 수면은 REM 수면과 Non-REM 수면으로 이루어집니다. 렘수면은 가려운 수면 상태에 해당하고, 논렘수면은 몸이 푹 쉬는 깊은 수면에 해당합니다. 논렘수면은 몸이 푹 쉬는 수면으로 소화기와 순환기, 면역계가 힘을 축적하는 시간으로 피부염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수면이란 사지의 체온이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심부 체온도 1~1.5도 낮아지면서 잠이 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기장판을 틀고 자게 되면 체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렘수면에 악영향을 주어 각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가려워 뒤척이다 간신히 청한 잠이지만 새벽에 전기장판으로 인해 다시 깬다면 가려움은 더욱 심해지고, 피부염의 회복할 수 있는 논렘수면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토피 피부염, 지루 피부염, 동전 모양 습진 등의 만성 습진성 질환이 있는 경우 전기장판, 온수 매트 등의 사용하는 것은 매우 좋지 못합니다. 너무 추워서 잠이 들기 어렵다면 취침 전 켜놓고 침구류를 따뜻하게 만들고 자기 전 끄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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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재돈 바른샘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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