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열의 정형외과 이야기] 골프 첫 번째 이야기 : 방아쇠 수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2년에 걸친 코로나19로 인해서 우리 일상생활에 여러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골프 인구의 증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많은 제약을 받다 보니 실외에서 운동하는 것이 주목받게 됐고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골프는 비교적 안전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입니다.


▲ 류승열 힘내라병원 병원장


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국내 골프 인구는 500만명이 넘은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특히 MZ세대 골퍼들의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골프 장비, 골프 웨어 등 골프 관련 사업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방송 채널에서 골프 예능 방송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골프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골프로 인한 여러가지 정형외과 질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수많은 골퍼들이 골프로 인한 부상에서 벗어나 즐거운 라운딩을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형외과 의사로서 골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골퍼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방아쇠 수지입니다. 방아쇠 수지는 이름 그대로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방아쇠 수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흔하게 발생하는 병으로 1,3,4번째 손가락에 많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발생하는 부위는 손가락이 아니라 손바닥 쪽에 발생하게 됩니다. 손가락을 구부려주는 힘줄들이 손바닥으로 지나가는데 힘줄들이 똑바로 잘 지나갈 수 있도록 중간 중간에 힘줄들을 뼈에 고정해주는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이를 도르래, 활차, pulley라고 합니다.

이 구조물이 두꺼워지게 되면 힘줄이 그 공간을 통과할 때 걸리게 돼서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하게 처음에는 통과가 안 되다가 힘을 많이 주게 되면 걸리는게 풀리면서 딱 소리가 나면서 움직이게 됩니다. 이 때 환자들은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이 굽혀지거나 펴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방아쇠 수지의 원인은 특정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인 경우가 많은데 골퍼들의 경우는 당연히 골프채를 오랜시간동안 잡고 있다 보니 도르래가 있는 부위가 자극이 되고 두꺼워져서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나 골프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의 경우 나도 모르게 채를 꽉 잡게 되다 보니 방아쇠 수지가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저 역시 방아쇠 수지를 경험해 봤습니다.

진단을 내릴 때 임상적인 증상만으로도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결절종과 같은 다른 원인에 의한 방아쇠 수지를 감별하기 위해서 초음파, MRI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는 증상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으므로 경과 관찰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진통 소염제 약을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약을 먹고 경과 관찰하는데 증상이 지속된다면 주사치료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약, 주사, 물리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과 증상이 지속된다면 그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수술적 치료는 부분 마취를 하고 도르래가 있는 부위를 약 1cm 정도 절개한 뒤 도르래를 세로로 절개하면 됩니다. 수술시간은 10분 정도로 비교적 간단한 수술입니다.

골프닥터류원장(이하 골닥류)의 골프 생각

그럼 골프채를 잡을 때 무조건 살살 잡아야 할까요? 만약 방아쇠 수지가 발생했다면 제일 좋은 건 당연히 골프를 당분간 쉬면서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것이겠죠.


하지만 정말 골프를 좋아해서 혹은 정말 골프를 잘 하기 위해서 연습을 열심히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하셔서 약, 주사, 물리치료를 하신 뒤에 골프를 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치료 없이 계속 골프를 하게 되면 증상이 점점 더 심해져서 잘못하면 수술적 치료를 해야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골프를 하는 것이 그래도 병을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또한 골프를 할 때 너무 살살 채를 잡게 되면 스윙 할 때 채를 놓칠까 봐 걱정돼 제대로 된 스윙을 할 수 없게 되고 오히려 스윙하면서 놓칠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또 세게 잡게 되기 때문에 무조건 채를 살살 잡는 것은 안 좋은 방법입니다. 원래 프로 선수들의 경우는 일반 아마추어 분들보다 그립을 살살 잡습니다. 누군가 나의 채를 잡아당겼을 때 끌려나갈 정도로만 힘을 줘서 잡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선수들의 그립 부분을 보면 잡은 자국이 거의 없지만 아마추어 분들은 힘줘서 잡은 부분에 마모가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아쇠 수지가 있으신 분들은 평소보다 최대한 힘을 줄여서 그립을 잡되 스윙을 해봐서 채를 놓치지 않을 정도의 압력으로 잡는 게 좋겠습니다. 또한 운동 또는 연습 시간을 될 수 있으면 한번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는 나눠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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