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학(四象醫學)은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구분하고 치료하는 의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상의학에서 ‘사상(四象)’의 의미, 사상의학이 나타난 배경, 체질별 특성, 체질에 따른 질병과 치료, 체질에 따른 식이와 생활습관 등에서는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상의학에 대한 단편적 지식으로는 사상의학의 진정한 의미를 정확하게 알기 힘들며 오히려 그 뜻을 잘못 해석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상의학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알리는 글을 기획해 기고하고자 한다.
사상의학은 동무 이제마에 의해 창시된 의학이다. 사상의학이 나타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동무 이제마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동무 이제마가 평생을 의학에만 몰두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마의 ‘동무(東武)’라는 호는 동쪽의 무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무인으로 처음 관직에 올랐다. 따라서 이제마는 의학만을 연구한 학자가 아니었으며 무인으로 관직에 근무를 했고 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보원국(保元局)이라는 의원을 열어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 그는 어떤 이유에서 무인이었지만 의학을 연구하게 됐으며 사상의학을 창시하게 됐는지 그 생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동무는 함경도 함흥에서 1837년에 태어났는데 그의 집안은 대대로 함흥지방의 명문가였다. 동무의 족보상에 기록된 이름은 이제마가 아니라 이섭운(李燮雲)이다. 어째서 그는 족보상의 이름이 아닌 이제마로 불리게 되었을까?
이제마 평전에는 동무의 탄생에 대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제마 평전에 의하면 동무의 할아버지인 이충원은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꿈에서 어떤 사람이 나타나 망아지를 끌고 와서 “이 말은 제주도에서 가져온 아주 좋은 말인데 아무도 이 말의 진가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당신 집으로 끌고 왔으니 앞으로 잘 길러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간청하며 그 말을 집 기둥에 매어놓고 가버렸다.
그는 이 망아지를 정성스럽게 쓰다듬고 있다가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다. 이충원은 이 꿈이 보통 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던 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그를 찾아온 두 여인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품에 안고 있던 어린 남자아이를 내려놓으면서 이 아이가 이충원의 자손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연유인지 알기 위해 그의 셋째 아들인 이반오를 찾아 물어보니 이반오는 주막에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가 술에 취해 주막에서 하루 잠을 자게 됐는데 그 때 주막 주인의 딸과 함께 밤을 지냈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들은 이충원이 아기를 건네받고 자세히 살펴보니 비범한 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충원은 자기의 꿈에서 본 망아지가 곧 이 아기라고 생각하며 아기를 셋째 아들의 적자로 받아들이고 아이의 족보상의 이름은 본래 항렬인 섭(燮)자 돌림을 써서 이섭운(李燮雲)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족보상의 이름보다는 꿈에서 본 망아지가 아기의 이름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큰 물을 건너온 말이라는 의미에서 건널 제(濟)와 말 마(馬)를 합쳐 제마라고 지어 부르게 하였다. 이충원은 이후에 동무의 어린 시절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다.
조선 시대에는 양반가의 정식 혼례가 아닌 출생에 대해서는 서자라고 해 여러 차별이 존재했으나 동무의 경우에는 할아버지인 이충원이 자신의 손자를 자신의 아들 이반오의 적자로 입적을 시킨다. 어머니가 양반가 출신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서자 출신으로 입적되는 경우에 비추어 보면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동무의 할아버지가 동무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매우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동무는 어릴 때 함흥에서 이름난 선비인 큰 아버지(이반린)에게서 당시 양반가에서 교육 받던 천자문(千字文),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비롯해 역사서인 통감절요(通鑑節要), 유학의 중요 서적인 사서삼경(四書三經) 등을 배우게 된다.
지금으로 생각해보면 동무는 함흥 지역의 명문가에서 할아버지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지역에서 유명한 학자인 큰 아버지가 가정교사가 돼 기초 학문에 대해 세심하게 가르침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동무는 여기에 더해서 무예와 말타기도 같이 병행하여 교육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다음 편에서는 어린 동무의 성장과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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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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