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겨울 추위가 찾아왔다.
전공의 시절, 응급실 당직을 설 때 항상 이 계절이 되면 긴장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약속이라도 한 듯, 추위가 찾아오면 뇌졸중 환자들이 줄지어 응급실 문을 두드리고 뇌졸중 집중치료실은 빈 병상이 없이 가득 찼다.
뇌졸중이란 뇌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뇌혈관이 터지거나 혹은 막혀서 혈액공급을 받던 뇌의 조직 일부가 손상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전자를 출혈성 뇌졸중, 후자를 허혈성 뇌졸중 혹은 뇌경색이라고 부른다.
고령의 인구가 증가하며 점차 뇌졸중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뇌졸중은 한번 발생하면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고, 종류에 따라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한번 발생하였다면 재발하지 않게 관리를 잘하여야 한다. 또한 증상 발현 후 골든 타임내의 빠른 치료가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런데 진료를 하다 보면, 뇌졸중 환자들이 의외로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다른 질환과 혼동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래서 주로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뇌졸중을 의심하고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지, 뇌졸중으로 흔히 잘못 의심하는 질환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해본다.
대부분 뇌졸중의 증상은 “갑자기” 발생한다. 갑자기 편측 상하지의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상이 온다. 동시에 동측 안면 마비 소견도 나타나거나 말이 어눌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말이 나오지 않는 실어증 증상도 있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어지러움 및 균형감각 상실, 복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뇌졸증의 부위가 큰 경우에는 심한 두통과 메슥거림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대부분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며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특히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 이상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빨리 내원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경미해서 그냥 방치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급성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를 보게 되면 참 안타깝다.
이런 증상이 수시간 이내로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는데, 호전되었다고 해서 병원에 가지않아야 되는 것이 아니다. 혈관이 완전히 막히기 전에 잠깐 막혔다 풀리는 증상으로, 뇌경색이 수시간 혹은 수일 이내에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반드시 내원을 해야한다. 이를 “일과성 뇌허혈 발작” 이라고 하며 뇌경색에 준하여 치료를 받게 된다.
가끔 환자들이 수년전부터 간헐적으로 팔에 혹은 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없다며 뇌졸중 가능성을 문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이런 경우는 뇌질환보다는 척추 및 말초신경질환, 대표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스크나 협착증에 의한 증상인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안면신경마비와 뇌졸중을 착각하는 경우도 흔하다. 편측 입이 돌아가고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이마의 주름이 잘 만들어지 지지 않는 “벨마비”는 말초신경질환에 의해 발생하며 뇌졸중과는 다르다.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바이러스 감염 혹은 자가면역반응에 의해 생긴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령에서 발생하는 뇌졸중과는 달리 나이와 관계없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뇌경색이 발생한 후 다행히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마비증상이 호전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 중 일부는 “뇌경색은 완치되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고 약도 먹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뇌경색은 한번 발생한 사람에게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재발방지를 위해서 약은 대부분 평생 유지한다. 이 점을 꼭 알아 두었으면 좋겠다. 증상의 호전이 완치라고 생각하고 약을 자의로 중단하지 않길 바란다.
신경과 의사로서 진료를 하면서 사람들이 뇌졸중에 관해 궁금해 하는 것, 그리고 일반인들이 “이정도는 최소한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점들을 위주로 써보았다. 어떤 질환이든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일단 발생했다면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차선책일 것이다. 가벼운 증상이라도 이전과 다름을 느낀다면 간과하지 말고 바로 가까운 병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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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여진 소중한메디케어 신경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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