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뒷모습 몰카, 2심 뒤엎고 ‘유죄’…대법, “성적 수치심 유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하급심에서 유·무죄가 갈린 끝에  대법원에서 유죄 로 선고됐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선수)은 5일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도록 하급심으로 돌려 보냈다.

앞서 A씨는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자신과 같은 버스에 승차 하고 있던 피해자의 엉덩이 등 하반신을 약 8초 동안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 받았다.

2심은 반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에 규정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촬영된 신체 부위가 당시 입은 옷에 가려져 외부로 직접 노출되지 않았으며 레깅스가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가 한 진술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후 A씨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 역시 항소심 무죄 판단 근거가 됐다.

하지만 대법은 이같은 원심 판단을 다시 뒤집고 A씨의 유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법촬영 대상이 되는 신체가 반드시 노출된 부분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신체 부분이라도 어느 장소에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촬영되었느냐에 따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해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함부로 촬영 당하는 맥락에서는 성적 수치심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로 기존 강간이나 추행 등 성폭력 관련 범죄와는 달리 그동안 명확한 규정이 없던 카메라 등 이용촬영 죄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성적자유'의 의미가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라고 구체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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