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자주 풀거나 먹는다.
외출 할 땐 티슈를 잊지 않는다.
훌쩍임을 멈출 수 없다.
만난 사람이 ‘감기 걸렸어?’ 묻는다.
그럴 때 ‘아니…’라고 답한 뒤 덧붙일 단어가 있다면 당신은 나의 동지다.
지금 나는 코가 간지럽다.
비염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불치(不治)의 병이다. 누군가는 쉴 틈 없이 코를 먹고 누군가는 수시로 코를 풀기도 한다. 비염의 증상은 이처럼 요란하고 지저분하다. 게다가 지난 해 부터는 밖에서 훌쩍이기라도 했다가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 받기 딱 좋게 됐다.
기자 역시 사계절 내내 고통 받는 비염인이다. 요란하고 지저분한, 하지만 비염환자라면 누구나 해 봤을 노력들을 정리했다.
1. 코 세척
<방법>
코세척용 주사기에 생리식염수를 채운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숨을 참은 상태에서 주사기를 한쪽 코 입구에 대고 식염수가 나오도록 작동한다. (TIP: 입으로 아~ 소리를 내면 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음.) 식염수가 반대쪽 코에서 나오면 성공한 것. 주입한 식염수를 모두 쓰면 반대쪽 코도 똑같이 해준다.
- 진입장벽이 높은 방법이다. 도구준비와 다소 거부감이 드는 동작 때문에 미루기 십상이다. 대신 증상이 너무 심해 스트레스를 넘어 화가 날 지경이 되면 도전할 수도 있다. 기자 역시 닷새쯤 하다가 그만뒀다. 아무리 해도 다른 사람들처럼 개운하지 않았고 도구를 관리하는 게 생각보다 귀찮았으며 세면대에서 고개를 기울이고 ‘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문득 애처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규칙적으로 코세척을 하는 비염인이 있다면 그는 학습력이 좋고 아주 부지런한 사람일 것이다.
2. 작두콩차
<방법>
작두콩을 산다. 깨끗하게 세척한다. 말린다. 물에 우려 먹는다.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다. 우려놓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 근데 효과가 없다. 느낌일 수도 있다. 다만 화장실에 가는 횟수는 확실히 늘어난다. 꾸준히 먹어야 효과를 본다는데 3개월 마신 기자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만약 꾸준히 작두콩차를 섭취하는 비염인이 있다면 그는 참으로 인내심이 깊은 사람일 것이다.
3. 금주
<방법>
술을 마시지 않는다.
- 누군가에겐 아주 쉽지만 또 어느 누군가에겐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기자는 술을 마실 때 가끔 코가 붓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럼 술을 입에 안 대면 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분위기상, 기분에 따라 마시게 된다. 만약 비염 때문에 철저히 금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매순간 자신의 목표를 잊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4. 약물
<방법>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제조 받거나 약국에서 비염약을 사먹는다.
-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가끔 약발이 안 든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만큼 지독한 수준의 비염을 앓고 있거나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기자는 연질캡슐의 유형을 애용한다. 같은 성분이라도 정제형을 복용했을 땐 약효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간에, 약물 복용 방법은 다른 방법들에 비해 아주 간편하고 효과도 월등하단 장점이 있지만 졸음 부작용이란 치명적 단점이 있다. 운전이나 집중이 필요한 기계 조작시 복용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비염환자들을 위한 꿀팁은 다양하다. 코에 꽂아 광선을 쐬는 방식의 비염 치료기, 기준은 알 수 없지만 가벼운 운동, 체질개선이나 수술을 위한 병원 방문까지… 비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본문에 등장한 번거로운 일을 한 번쯤은 시도해봤을 것이다. 그만큼 비염 환자 본인들도 자신의 증상이 괴롭고, 또 주변에 민폐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훌쩍이는 소리가 거슬릴 때, 별안간 코를 푸는 소리를 들었을 때, 곁을 스치는 누군가의 코를 막고 있는 너덜너덜한 휴지가 보일 때…,
이 글을 본 ‘축복 받은’ 비(非)비염인이 머릿속에 ‘오죽하면…’이란 말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 글은 대 성공일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건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정희 기자
[email protected] -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