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아토피 피부염이 생겼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조치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보습제를 먼저 발라야 한다고 답한다. 피부에는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당연하고 더욱이 아토피 피부염 같은 문제성 피부에는 더 열심히 발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원칙대로 보습제를 막상 바르고 나면 가려움이 가중 되거나 피부염이 더 심해지고 넓어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과연 아토피 피부염에 보습제는 언제 써야 하는지 그 기준을 알아보자.
아토피 피부염이란 만성 습진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전신에 퍼지는 질환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성 습진이라는 사실과 피부가 항원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보습제의 사용에서도 만성 습진과 알레르기반응이라는 관점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에 보습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는 보습제가 피부 장벽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피부 장벽은 피부 겉을 보호하는 구조로 딱딱한 단백질로 구성된 각질과 그 사이사이를 결합하게 만드는 기름으로 구성돼 있다. 기저층에서 각질형성 세포가 만들어져서 점차 성숙하면서 피부 겉으로 올라오게 되고, 이 때 몸에서 분비되는 세라마이드, 지방산, 콜레스테롤 등의 피지와 결합하면서 단단한 벽돌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아토피 피부염에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은 바로 이 벽돌구조의 사이사이에 부족해진 기름층을 인위적으로 보습제를 통해 공급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보습제에 사용되는 유성 성분은 식물성 오일, 계면활성제, 방부제 등으로 구성된 물질로 피부를 투과해 흡수되게 되면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정상적인 피부라면 크게 문제가 안될 성분들이 피부 장벽이 무너져 피부 투과도가 매우 높아진 상태인 아토피 피부염에서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 보습제의 성분이 아토피 피부염의 만성 습진을 진정 시켜 줄 것이라는 생각해서 사용하게 된다. 광고 속 보습제에는 천연 세라마이드나 천연 보습인자, 그리고 기타 피부염을 진정시킬 수 있는 약용 물질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보습제는 화장품일 뿐이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성분은 소염 진정작용과 흡수력에서 의약품보다 매우 낮은 작용 수준을 내도록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불행히도 습진이 심해져 붉어짐, 가려움증과 진물이 발생한 상태를 보습제가 직접적으로 진정 시켜 줄 수는 없다.
이런 두 가지 관점에서 볼 때 아토피 피부염이 있을 경우 그냥 많이만 바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도리어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 시킬 수도 있다. 반대로 보면 보습제 사용에 대한 정확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제한된 상황에서 적절히 사용한다면 아토피 피부염에 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에서 보습제를 사용하는 원칙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로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져서 붉어짐, 해면화가 점차 심해지고, 진물이 나는 경우라면 보습제를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환부에 먼저 냉습포, 식염수팩 등으로 열감을 낮추어 진정 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경우 보습제를 바르게 되면 유성성분으로 인해 피부의 열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둘째, 아토피 피부염으로 긁은 상처가 심할 경우 표피층이 무너진 상태에서 모세혈관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므로 보습제를 다량 사용할 경우 모세혈관의 투과도가 증가 된 상태이므로 보습제 성분이 바로 흡수될 우려가 높다. 보습제가 모세혈관에 직접 흡수될 경우 다량의 외래 물질 유입으로 인해 알레르기반응을 심하게 유발할 우려가 높다.
이렇게 상처가 심하게 나서 혈관이 충혈된 경우라면 보습제를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2차 감염의 우려가 높으므로 항생연고를 예방적 차원에서 도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아토피 피부염 부위에 보습제를 사용한 후 가려움을 호소하거나 심하게 붉어지는 경우라면 보습제 사용을 멈추고 환부를 씻어내야 한다. 보습제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유성성분으로 인해 피부의 열발산이 안 되어 피부염이 심해진 것이므로 재차 사용할 경우 피부염이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외부적인 인자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보습제 사용에서 매우 조심해야만 한다. 아토피 피부염에 보습제는 급성기 습진 반응이 진정되어 각질이 형성된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붉어짐이 적고 건조한 피부에 사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사용 방법은 한 번에 많이 바르는 것보다 소량씩 자주 발라주고, 건조한 부위와 피지 분비가 많이 되는 부위를 차별화해서 건조한 부위에 보다 많은 양을 발라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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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재돈 바른샘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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