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에 대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사람들의 공포와 사회적 영향력은 강력하다. 최근 불안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사람들의 신종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상생활 중 발생하는 스트레스보다 크고, 신종전염병 발생은 우울 및 불안과 같은 정서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 19라는 유래 없는 신종전염병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가져다주었으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불안은 임박한 위험상황에서 경험하는 정서를 의미한다. 적정 수준의 불안은 위협에 대처하고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그 예로 앞으로 예상되는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노후준비 등이 있다. 하지만 뚜렷한 원인 없이 생기는 병리적인 불안은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과 판단력을 떨어뜨리며 이것이 만성화되면 부적응적 행동과 불안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미국인 6명당 1명이 때때로 불안을 경험하며, 유럽인 12명당 1명이 1년에 적어도 1번 이상의 불안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불안은 인간이 비교적 흔히 경험하는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불안은 흔히 겪는 감정이기에 잦은 불안감을 느끼더라도 그것에 대해 크게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안은 앞서 언급했듯 지속되면 불안장애와 같은 병리적인 상황을 발생 시킬 수 있으므로 일반적 범주를 넘어서는 잦은 불안감이 지속되면 이에 대한 진단과 대처가 필요하다.
병리적인 불안은 가장 많은 경우에 불안장애로 나타난다. 불안장애의 주요 증상은 가슴의 두근거림, 호흡수 증가, 근육의 긴장과 동반한 떨림, 온몸이 흔들리는 느낌, 근육통과 속쓰림 등이 있다. 불안장애와 같은 병적인 불안은 신체질병을 악화시키고 치료를 지연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불안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악화시키거나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만성적인 불안과 의학적 상태의 불안이 동반될 경우 치사율 및 타 질병으로의 이환률이 증가하고 삶의 질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7가지로 분류하는데 그 중에서 불안은 두려움(恐)과 놀람(驚)에 해당한다. 감정은 인체의 내부 장기에 영향을 주어 인체 기능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두려움은 인체의 기능을 소모시키며 놀람은 인체의 기능을 혼란스럽게 한다. 불안장애와 유사한 한의학적 용어는 가슴이 뛰고 잘 놀라며 마음이 불안한 것을 자극하는 경계(驚悸), 정충(怔忡)의 증후로 볼 수 있다.
사상의학에서는 불안이 나타나는 마음속의 원인을 각 체질마다 다르다고 본다. 마음속의 원인은 항심(恒心)에 따라 달라진다. 항심(恒心)이란 각 체질마다 평상시에 가지고 있는 마음을 뜻한다. 태음인은 겁을 내는 마음(怯心)을 항심이라고 보고, 소양인은 두려워하는 마음(懼心)을 항심이라고 보며, 소음인은 불안정한 마음(不安定之心)을 항심이라고 보고, 태양인은 급박한 마음(急迫之心)을 항심이라고 본다. 즉 각 체질마다 평상시 가지고 있는 마음은 불안과 불안장애의 형태나 양상도 체질에 따라 다르게 발현시킨다고 볼 수 있다.
태음인은 내향적인 성향이 강해서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 하는 편향이 발생하기에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되면 익숙한 것만 붙잡고 시간을 흘려보내려고 하게 되며, 불안이 심해지면 가슴이 계속 뛰는 증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소양인은 외향적인 성향이 강해서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불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일처리를 더욱 건성으로 처리하게 되며 심하게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망증이 발생한다. 소음인은 몰입을 잘 하는 성격으로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되면 지나치게 상황에 몰입하게 되어 불안한 마음을 더욱 심화시키며 소화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태양인은 과감한 성격이므로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되면 독단적인 판단과 일처리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심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체력소모가 심해질 수 있다.
불안장애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체질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는 행동과 태도가 중요하다. 내향적인 태음인은 익숙한 것만 고집하고, 변화를 겁내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생각과 상황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행동과 태도가 필요하다. 외향적인 소양인은 항상 새로운 일을 벌이려는 마음에서 주변 상황과 익숙한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행동과 태도가 필요하다. 꼼꼼한 소음인은 일을 진행할 때 조심성이 너무 많기에 오히려 좀 더 과감한 결정과 행동을 통해 과몰입하게 되는 상황을 극복하는 행동과 태도가 필요하다. 과감한 태양인은 너무 독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한 발자국 물러서서 주변의 상황을 다시 돌아보는 행동과 태도가 중요하다.
이처럼 각 체질에 따라 갖추어야 될 행동과 태도를 통해 평상시 가지고 있는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면 불안장애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나아가 마음이 평온해진 상태가 생활 속에서 계속 유지가 되면 일상 속에서 나타나는 불안을 더욱 쉽게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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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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