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덕진의 포켓 한의학] 육류와 한의학 2편 - 닭고기

우리나라 성인 1일 평균 육류 섭취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닭고기는 돼지고기에 이어 2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육류다. ‘삼국지 위지동이전(三國志 魏志東夷傳)’에서는 “한국에는 진기하고 아름다운 꼬리가 긴 닭이 있는데 그 꼬리의 길이는 5척을 넘는다.”라는 우리나라 닭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이는 삼국시대부터 닭을 길러왔음을 보여준다. 닭의 가축화는 5000년 전부터 이루어졌으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육된 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축화된 닭이 2000년 전 인도와 동남아를 통하여 유입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대륙을 거쳐 북한 지방으로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반덕진 덕진한방사상체질과 한의원 원장


한의학에서 닭에 대한 기록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닭은 “붉은 수탉은 여성의 자궁출혈, 적배대하증을 치료하고 기력을 보강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지혈하고, 독을 없앤다. 검은 암탉은 감기와 저림을 치료하고 태반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신농본초경의 저술 시기는 후한 시대로 추정되며, 이를 통해 본다면 한의학에서 닭은 오래전부터 약재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음식을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한 예를 기록한 책인 ‘식료찬료(食療纂要)’에서는 닭을 주로 몸을 기력과 에너지를 보강하는데 많이 사용하였고, 그 밖에 닭은 복통, 대소변불리, 소갈과 같은 내과질환, 안과질환, 신경정신과, 부인과, 소아과 질환, 오래된 난청, 낙상으로 생긴 뼈의 통증 등의 치료에 다양하게 활용됐다.


닭은 각 부위 별로 성질과 맛, 효능이 구별되며, 각각의 부위에 따른 효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닭고기는 맛이 달며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섭취하였을 때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력을 강화하며, 몸의 에너지를 보강하는 효능이 있다. 이러한 효능으로 인해 닭고기는 몸이 여위는 증상, 위 기능이 쇠약하고 식욕이 감퇴된 증상, 설사, 당뇨, 수종, 빈뇨, 자궁출혈, 대하증, 산후에 유즙이 부족한 경우, 병이 나은 뒤 몸이 허약해진 증상을 치료한다.


닭의 모래주머니는 맛은 달며, 소화를 촉진하며 위장의 기능을 강화하며, 식적으로 인한 창만, 구토, 설사, 소갈증, 야뇨증, 편도선염 등을 치료한다. 또한 닭의 내장은 야뇨증, 유정, 치루 등을 치료한다. 이처럼 닭은 고기 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도 약재로 활용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농본초경에는 달걀에 대해서 “화상으로 생긴 염증을 제거하고 간질 경련을 치료한다”고 했다. 달걀은 껍질과 흰자, 노른자를 구분하여 약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달걀의 껍질은 몸의 노폐물을 치료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다. 소아 구루병, 각종 출혈, 눈에 생긴 예막, 머리와 몸에 난 부스럼, 귀에서 진물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


달걀은 기본적으로 맛이 달지만 흰자는 서늘하며, 노른자는 성질이 따뜻함과 서늘함의 중간정도이다. 서늘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달걀의 흰자는 폐를 윤택하게 하고 인후를 부드럽게 하며 열을 내리며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서늘한 성질을 이용하여 열로 인해 나타나는 염증을 주로 치료하며, 대표적으로는 목이 아픈 증상, 눈이 벌겋게 충혈되는 증상, 기침, 설사, 학질, 화상, 열독으로 붓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달걀의 노른자는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함과 서늘함의 중간이기에 체액을 보충하고 혈액 생성을 원활하게 하여 신경성 질환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이처럼 노른자는 약해진 몸을 주로 치료하며, 불면증, 발열성 질환으로 인하 경련, 폐결핵으로 인한 토혈, 구역, 설사, 임신시 하혈, 간염, 소아의 소화불량을 치료한다.


닭은 다양한 질환에 활용되어왔으나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닭고기는 바람에 반응하는 효과가 있기에 몸에 에너지가 과도하게 싸여 있는 경우나 뇌혈관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특히 현대 사회는 대체로 영양이 부족한 경우보다는 과잉인 경우가 많기에 과도한 육류의 섭취는 오히려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사상의학에서는 동일한 약재라도 체질에 따라 작용하는 영향이 다르기에 체질에 따른 식이가 중요하다. 닭은 몸에 에너지가 부족하여 쉽게 차가워지는 소음인에게 좋은 음식이자 약이라고 하였다. 특히 소음인이 기력이 저하된 경우 삼계탕은 기력을 보강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좋은 음식이 된다.


몸에 에너지가 과잉하게 되는 소양인과 몸에 노폐물이 쉽게 쌓이는 태음인, 몸이 쉽게 건조하게 되는 태양인은 닭을 자주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양인과 태음인은 체내에 닭고기를 과잉해서 섭취하게 되면 체내에 열에너지가 쉽게 쌓여 대사증후군 및 염증성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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