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도 車보험처럼…‘비급여’ 많이 타면 오른다

비급여 청구액 年300만원 이상땐 할증…내년 7월 부터

실손의료보험도 자동차보험과 같이 ‘비급여’ 항목을 많이 탈 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비급여 치료비(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치료비)를 많이 쓴 사람에게는 보험료를 더 받고, 안 쓴 사람은 할인을 해 준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 내용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4세대 실손보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이 비급여 진료에 있다고 보고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이와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는 주계약에서 급여와 비급여를 포괄적으로 보장해 주되 도수치료·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 등 과다 이용 소지가 큰 항목만 특약에 가입해야 보장해 주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병원을 많이 찾는 10%의 보험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타가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72.9%는 1년 내내 한 번도 비급여 보험금을 지급받지 않는 반면 가입자의 0.3%가 300만원 이상을 타간다.


실예로 한 60대 여성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병원 외래 진료를 824번이나 받았다. 암 같은 중증질환 때문이 아닌, 위염을 호소하거나 허리가 삐었다는 정도의 증상이었다. 이 여성이 보험사로부터 1년간 타간 실손보험금은 약 2986만원에 달했다.


이번 개편 역시 이로 인해 전체 보험료가 오르는 부작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 unsplash

개편안은 비급여 보험금 청구량에 따라 보험 가입자를 5등급으로 나눠 보험료를 할증하거나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갱신 전 12개월 동안 비급여 보험금을 전혀 지급받지 않은 가입자는 보험료를 5% 할인해 주고 비급여 청구액이 연간 300만원 이상인 가입자는 보험료가 4배로 오른다. 또 보험지급금이 100만원 미만이면 보험료가 유지되지만, 의료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암 질환, 심장질환자 등에게는 차등 보험료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자기부담금과 통원 공제금액은 기존보다 올라간다. 병원비에서 본인이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은 현재 급여의 경우 10∼20%, 비급여는 20%인데 앞으로는 급여 20%, 비급여 30%로 높아진다. 외래 1만∼2만원, 처방 8000원인 통원 공제금액은 앞으로 급여 1만원(상급·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 3만원으로 바뀐다.


실손보험이 도입되면 가입자 대부분은 할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금융 당국은 설명했다. 보험금 지급 이력은 1년마다 초기화된다.


개편 상품은 관련 규정 개정을 거쳐 내년 7월 출시된다. 보험료 차등제는 새로 출시되는 상품의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며, 다만 기존 가입자도 원한다면 새 상품으로 간편하게 전환하는 절차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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